미국, ‘세금 바꿔치기’ 관행 뿌리 뽑는다…글로벌 M&A 시장 빨간불

입력 2016-04-06 09:10 수정 2016-04-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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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당국이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 관행을 뿌리뽑겠다고 나서면서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게 됐다.

미국 재무부가 4일(현지시간) 자국 기업의 세금 바꿔치기를 위한 M&A를 원천 차단할 강력 규제안을 선보였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이번 새 규제안의 핵심은 ‘실적 깎기(earnings stripping)’를 통한 조세 회피방지에 있다. 실적 깎기는 다국적 기업들이 법인세율이 낮은 지역에 본사를 두고 미국 자회사에는 부채나 비용은 떠넘기는 방식으로 세금을 낮추는 관행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본사가 미국 자회사에 내부적으로 비용 관련 대출을 해줘 이 대출이 부채로 잡히면 절세가 가능한 식이다. 그러나 재무부는 이러한 대출도 부채가 아닌 수익으로 간주해 이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여기에 ‘연속적’M&A를 막아 해외이전 제한 규정을 빠져나가는 우회로도 차단하기 위해 최근 3년간의 해외 M&A를 제외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법상 미국 주주의 지분율이 합병사의 60%를 차지하면 일부 규제가 적용되고, 미국 주주의 지분율이 80%에 달하면 미국 기업처럼 과세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기업들의 세금 바꿔치기를 지적하며 “미국 조세 시스템의 가장 은밀한 구멍 중 하나”라며 철저한 대책 마련을 다짐했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방침에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던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보톡스로 유명한 앨러간의 1600억 달러 ‘빅 딜’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당초 화이자는 앨러간과의 합병회사 지분을 56% 보유할 예정이지만 최근 3년간 해외 M&A 거래가 제외되는 새 규제안이 적용되면 2013년, 2014년, 2015년에 이뤄진 해외 M&A를 빼면 지분율이 최소 60~80%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

양사의 M&A는 합병 논의 때부터 조세회피 논란을 몰고 다녔다. 법인세를 절감하고자 앨러간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화이자를 사들이는 형태로 M&A가 진행됐기 때문. 사실상 화이자가 앨러간을 인수하는 것이지만 절세를 위해 법인세율이 미국보다 낮은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기려는 전략이었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 미국(35%)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최근 지난달 이뤄진 미국 금융정보업체 IHS와 영국 마르키트사와의 합병도 비슷한 이유에서 세금 바꿔치기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M&A 시장에서 미국 등 서구기업들이 법인세 줄이기 등 위험회피(Risk-off)를 위한 거래를 모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이번 미국의 강력 규제안에 따라 서구기업들이 M&A 행보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앨러간의 주가는 15% 가까이 폭락했다. 반면 화이자는 인수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에 오히려 2% 올랐다. 이와 관련해 화이자와 앨러간은 공동 성명을 내고 “재무부 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검토가 끝날 때까지 미치는 영향을 추측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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