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을 사랑해 뭉친 이들이 있다. 무미건조한 회사 생활을 생기발랄하게 바꿔보자는 취지로 신한카드에서 탄생한 동호회, 이른바 ‘베토벤 홀릭’이다. 이들은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 플루트 등 각양각색 악기로 일상을 힐링한다.
“금융회사이다 보니 항상 바쁘고 분위기는 딱딱하고, 긴장감의 연속이다. 직원들 스스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취미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베토벤 홀릭을 만들게 됐다.”
베토벤 홀릭 초창기 멤버인 정진성 기관영업팀 차장의 말이다. 그는 동호회 실무를 도맡아 하는 베토벤 홀릭의 부단장이다.
베토벤 홀릭은 2010년 6월 결성됐다. 60여명의 회원들은 2주일에 한 번씩 매주 목요일에 모여 악기연주 연습을 한다. 60여명의 실력이 제각각인 만큼 2~4명씩 1개 팀으로 꾸려 삼삼오오 모여 연습한다. 20여개 팀이 저마다 완성된 합주를 하고 있는 셈이다.
초보생들은 아무리 혼자 연습을 해도 늘지 않는 법. 정 차장은 악기 초보자들을 위해 외부에서 실력파 강사들을 초빙해온다고 말했다.
“서경대학교 음악학부와 연계를 맺었다. 그곳 졸업생이나 실력있는 재학생들이 회사로 와서 레슨을 해준다.”
물론 레슨비가 공짜는 아니다. 한 달 기준, 1인당 5만~7만원 정도 부담해야 한다. 혼자 레슨 받는 비용이 2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동호회원들은 연습을 위해 매주 목요일 저녁 7시가 되면 8층에 있는 넓은 회의실로 이동한다. 퇴근시간이라 연습 장소로 손색 없다. 오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맹렬한 연습이 시작된다. 정 차장은 “김밥 등으로 저녁을 때우고 그곳에서 땀흘리며 연습한다”고 말했다.
큰 연주 행사를 앞두고는 연습 횟수를 늘린다. 매년 11월 열리는 동호회 최대 행사인 송년 음악회 준비를 시작하는 오는 8월부터 매주 목요일 한 차례씩 연습을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용산구청 내 아트홀에서 송년 음악회를 열었다. 회사 직원들과 가족까지 포함해 300여명이 음악회장을 가득 채웠다.
정 차장은 “보통 오케스트라 정식 공연장에는 초등학교 1·2학년 이상만 오는데 우리 연주 행사에는 유치원생 등 어린 아이들도 왔었다. 참 따뜻한 풍경이었다”고 당시 소감을 밝혔다.
베토벤 홀릭 회원들은 단순히 연주 행사만 하지 않는다. 송년 음악회 때 모인 티켓판매 금액으로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는다. 기부금액은 5000원에서 5만원까지 직원들의 티켓 구매 비용으로 모았다. 정 차장은 “2012년부터 4차례 동안 매년 400만원을 모아 난치병 아이들에게 기부했다”고 말했다.
정 차장이 기억하는 최고의 연주회는 무엇이었을까. 정 차장은 2013년 송년음악회 당시 임직원 자녀 30여명과 함께 섰던 무대를 떠올렸다.
“우리가 연주하면 아이들이 합창하는 식이었다. 그 아이들과 지난해 송년음악회서도 함께 무대에 섰다. 인원은 40명으로 늘었다. 그새 부쩍 자란 아이들을 지켜보는데 가슴이 벅찼다.”
정 차장은 “이번에는 진짜 베토벤 음악, 그중에서도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을 연주해보고 싶다. 그때 직원 자녀들도 함께 무대에 선다면 참 멋진 하모니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