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 전성시대] 중국 품에 안긴 샤프·도시바… 자존심 팔리는 일본

입력 2016-04-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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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아키히바라 쇼핑거리에 일본 대표 가전업체인 도시바 소니 파나소닉 샤프의 브랜드의 간판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지난 2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아키히바라 쇼핑거리에 일본 대표 가전업체인 도시바 소니 파나소닉 샤프의 브랜드의 간판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한때 세계 가전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기업들이 줄줄이 중국 기업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지만, 중국업체의 저가공세에 못 이겨 부진을 겪다 결국 차이나머니에 잡아먹히는 신세가 됐다.

액정표시장치(LCD) TV의 원조격인 샤프는 지난 2일 애플 하청업체로 유명한 대만 혼하이정밀공업 품으로 넘어가게 됐다. 사실상 104년 전통의 일본 대표 전자업체라는 타이틀을 놓게 된 것이다. 샤프는 최종협상에 이르기까지 인수금액을 놓고 굴욕까지 맛봐야 했다. 샤프는 당초 일본 민관 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의 최대 3500억 엔(약 3조6767억원)의 금융 지원 제안을 받아들일 계획이었으나 혼하이가 INCJ 제안의 2배가 넘는 7000억 엔 규모 인수안을 제시하자 혼하이의 손을 잡기로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샤프 이사회가 혼하이의 인수제안을 만장일치로 수락한 직후 혼하이가 향후 부채가 될 우려가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우발채무)를 이유로 최종 결정을 한 달 가까이 끌기 시작한 것이었다. 긴 협상 끝에 샤프는 결국 혼하이가 제시한 인수가 7000억 엔에서 제3자 배정 증자 방식으로 출자를 약속했던 4890억 중 1000억 엔을 ‘후려치기’ 당했다. 이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샤프 인수전에 대해 일제히 ‘농락’이라는 표현을 쓰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샤프가 중화권 기업에 넘어가면서 덩달아 또 다른 전자업체 도시바도 중국 기업 먹잇감이 됐다. 지난달 30일 도시바는 백색가전 사업부인 도시바라이프스타일을 537억 엔에 중국 가전 대기업 메이디그룹에 넘기기로 했다. 당초 도시바 백색 가전은 INCJ 주도 하에 샤프와 통합되는 쪽으로 회생방안의 가닥이 잡혔었다. 그러나 샤프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혼하이의 손을 잡기로 하면서 도시바도 INCJ 지원방안 대신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업체들이 줄줄이 중국 자본 손에 들어가게 되면서 일본 업계에서도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파나소닉은 성장 대신 위기 경영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지난달 31일 파나소닉은 사업방침 설명회에서 앞으로 2년 안에 매출 10조 엔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철회했다. 파나소닉은 한때 샤프보다 큰 규모의 적자를 냈었지만 과감한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빠르게 회생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잇달아 매각되며 냉랭해진 업계 분위기를 반영해 위기 경영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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