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우리 술의 과학화

입력 2016-04-0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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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전통 청주와 막걸리 등 우리 술을 빚어 보고 마시다 보면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기는데 설득력 있는 답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과학적 근거가 있는 답은 더욱더 어렵다. 예를 들어 전통 청주를 빚는 방식은 아주 많지만 일반적으로 호산춘 방식과 석탄향주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 호산춘은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섞은 범벅을 밑술로 사용하고, 석탄향주의 밑술은 쌀가루에 물을 많이 넣어 익힌 죽을 사용한다. 호산춘과 석탄향주는 쌀, 누룩, 물의 총량이 동일해도 맛은 판이하다.

호산춘은 맛이 강하고 깊은 향을 가진 남성적인 술이 되고, 석탄향주는 부드럽고 향이 풍부한 여성적인 술이 된다. 발효과정에서의 어떤 변화가 이런 차이를 만들어낼까 궁금하다. 또한 전통 청주는 누룩을 적게 쓰고도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깊은 맛을 내기 위해 밑술과 덧술이라는 여러 번의 담금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한국의 복양주법이 효모 등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도수와 술맛의 변화 메커니즘도 알고 싶은 과제이다.

맥주, 와인, 위스키 등의 외국 술은 세계 여러 학자들에 의해 발효와 숙성, 관련 미생물 등에 대한 많은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졌다. 맥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쓸 논문이 없을 정도로 연구가 충분하다고 한다. 일본의 사케와 소주도 1930년대 이후 정부기관과 대학에서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되었고, 이러한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일본 술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였다. 이에 비해 쌀과 누룩으로 빚은 우리 술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거의 없다.

첫째 이유는 쌀, 누룩으로 빚은 우리 술 산업의 비중이 미미해 관련 분야 연구에 대한 시장 수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대형 전통주 업체나 막걸리 업체는 거의 모두 생산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일본식 술 빚기를 사용하고 있고, 감미료 등을 넣어 술맛을 조절하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출연 연구소 등이 우리 술 빚기와 관련된 발효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둘째, 누룩을 사용하는 우리 전통 방식의 술 빚기는 누룩의 특수성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유사 사례가 없어 과학적 연구가 어렵다는 것이다. 누룩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많은 균을 자연 접종하여 만들기 때문에 누룩 속에 수백 종의 곰팡이와 세균, 여러 종의 효모가 있다. 우리 술은 이렇게 많은 곰팡이와 효모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반면, 사케 등 외국 술은 거의 대부분 특정 곰팡이가 만드는 효소와 술을 잘 만드는 한 종류의 효모를 사용한다.

우리 술의 과학적 연구를 위해서는 외국과는 다른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발효과학 분야에서 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동시에 작용했을 때 나타는 특별한 효과, 즉 복합균의 효능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 술의 과학적 연구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우리 술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비용과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민간 부분에서는 수행하기 어렵다.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대학 연구소 등이 해주어야 할 몫이다. 우리 술의 과학화는 낙후된 우리 술 산업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술 산업이 발전해야 농촌 경제가 좋아지고 한식 등 우리 음식문화도 융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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