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대 원유 생산업체 아람코 상장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저유가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7일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열린 ‘오일의 쇼크’ 미디어 세미나에서 SK증권 손지우 연구원은 이 같이 밝혔다.
손 연구원은 “아람코가 상장됨과 동시에 전 세계 모든 가격지표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원유 이외의 비즈니스를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하려는 아람코는 상대기업의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자 장기간 저유가를 끌고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람코는 사우디의 석유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국영회사로 국내 에쓰오일의 최대주주(63.4%)이기도 하다. 아람코는 하루 10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며 이는 세계 원유 생산량의 12.5%를 차지한다. 이들이 가진 원유 매장량은 2600억 배럴이며 미국 엑슨모빌의 10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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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2위이자 세계 최대 원유 생산업체 아람코의 최고위원회 의장인 모하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자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8년까지 상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 연구원은 사우디 정부가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람코의 매출, 자산 규모 등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상장을 추진하는 모습에서 약 10년 전 저유가 시절을 회상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선으로 하락했을 당시 엑슨과 모빌은 820억 달러 규모의 M&A를 통해 거대 업체로 성장했다는 것. 저유가 시기에 아람코가 상장을 추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추정한 아람코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10조 달러(약 1경2000조원)다. 애플 시가 총액의 10배를 웃돈다. 아람코가 IPO(기업공개)를 통해 지분 5%만 공개해도 사우디 정부에 들어오는 돈은 5000억달러(약600조원)이다.
손 연구원은 “아람코 상장 시 전 세계 가격 지표가 빠질 것”이며 “미국의 에너지 기업뿐만아니라 국내에서도 몇십조원의 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