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역대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인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개인 납세 기록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그의 납세 기록 공개가 이번에는 상속세 회피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곤욕을 치르게 됐다.
10일(현지시간)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전날 이례적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수입과 세금 납부 등이 담긴 금융기록을 공개했다. 영국 총리로 개인 납세 기록을 공개하는 것은 캐머런이 최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자신의 부친인 이안 캐머런이 거론되자 조세회피 의혹 해소를 위한 납세 기록 공개까지 감수한 것이었다. 하지만 납세 기록 공개는 오히려 상속세 회피 논란의 불씨를 지피는 꼴이 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2010년 부친 사망 이듬해인 2011년 상속세 면제 한도액인 30만 파운드를 상속받았다. 같은 해 5월과 7월에는 모친으로부터 10만 파운드씩 두 차례 걸쳐 받아 8만 파운드에 이르는 상속세 납부를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행 영국 세법상 배우자 간 증여에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또 배우자로부터 받은 재산에 대해 본인이 사망하기 7년 내에 증여하면 32만5000 파운드까지는 최대 40%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즉 캐머런 총리가 부모로부터 상속받는 과정이 현행법을 어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는 앞서 부친이 1982년에 설립한 ‘블레어모어홀딩스’가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폰세카의 오랜 고객이었으며 지난 30년간 영국에 한 푼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캐머런 총리를 둘러싼 스캔들이 이어지면서 그의 지지율도 추락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6~7일에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캐머런 총리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한 응답자 비율은 3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3년 7월 이래 최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