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조사 중인 효성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 인수권 은닉 의혹은 지난 1월에 열린 1심 재판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해당 사항은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지난해 말부터 조사를 진행한 금융당국이 혐의 사항을 밝혀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효성 오너 일가가 해외 BW를 통해 수년간 재산을 숨겨왔을 것으로 봤다. BW는 일정한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회사채다. 대기업 대주주들은 주식을 사고 파는데 제한이 많다. 이 때문에 대주주가 해외에서 BW를 발행한 뒤 검은 머리 외국인을 이용해 해외 BW를 사들여 차익을 내는 방식을 이용되기도 했다.
효성 및 현대산업개발, 동양메이저 등의 BW 관련 의혹은 2003년부터 제기됐다. 당시 시민단체는 "효성 등이 대주주가 지분을 변칙 상속하기 위해 BW를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당시 금감원은 조사에 착수했고, 효성은 1999~2000년 발행한 6000만 달러 규모의 BW 중 오너 일가가 보유한 3480만 달러(58%) BW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이슈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다시 불거졌다. 국정감사 전에 진행된 국세청 조사에서 효성은 소각 공시를 이행하지 않고 홍콩에 있는 4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신주 인수권을 행사한 것이 밝혀졌다. 이를 통해 이들은 효성 주식 87억원 어치를 취득한 뒤 처분해 69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에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효성이 신주인수권을 소각하겠다는 각서만 믿고 금감원은 현장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조사는 정 의원 지적의 후속 성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에서 해외 BW를 통한 조세포탈은 무죄로 판단했다. 금감원의 조사로 BW를 통한 조세포탈을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해당 사안이 이미 13년 전 일인 만큼 조사보다는 법정 공방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미 오래 전 일인 만큼 조사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효성 역시 해외 BW를 통한 탈세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효성 관계자는 "금감원의 조사는 1심 선고가 나기 전에 착수됐던 사안"이라며 "이미 세금도 모두 납부했고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만큼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