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산업군에서 여풍이 거세지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남초현상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각사의 2015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10대건설사(시공능력평가 순위) 건축사업부문 사내 여직원 비중은 전체 8%에 그쳤다. 기간제 직원까지 포함할 경우 여성직원 비율은 10%로 올라간다. 하지만 그만큼 여직원을 정규직 대신 기간제로 채용하고 있어 건설사 내 여성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처럼 낮은 여성비율은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에 한참 못미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의 여성 경제활동인구 비중은 전체의 49.4%(39만2000명)에 다다른다.
건설사 중 여성직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GS건설로 나타났다. 건축사업부문 여성 정규직 직원 비중은 전체 2.25%에 불과했다. 그 뒤로 △롯데건설 2.78% △현대엔지니어링 3.14% △현대산업개발 5.39% △현대건설 5.50% △대림산업 5.94% △대우건설 6.22% △SK건설 6.93% △포스코건설 7.50% △삼성물산 13.06% 등 순이다.
여직원의 근속연수 역시 남직원보다 평균 4~6여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직원 비율이 가장 높은 삼성물산 내 여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5.6년으로 남직원(9.9년)보다 4년 넘게 낮다. GS건설 역시 여직원 근속연수는 9.9년으로 타회사보다 긴 편에 속하지만 남직원보다는 5.2년 짧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해외 및 현장업무가 많다보니 조기에 퇴사하는 여직원이 많고 채용할 때에도 여자보다 남자를 더 선호하게 된다”며 “때문에 건설회사에서 여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경영지원 등에 한정돼 있어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건설의 경우 경영지원조직 부문 여직원 비율은 12.6%로 타사업부문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GS건설 역시 조직지원 등 기타사업부문 여직원 비율이 11.7%로 앞서 건축사업부문 대비 5배 가량 높았다.
이같은 남초현상은 건설사에서만 국한돼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덩치를 키우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탁업계 역시 극심한 남직원 쏠림 현상을 보였다.
신탁업계는 지난해 7월 신탁사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가능하도록 도정법이 개정돼 사업영역이 확대됐다. 이에 신규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여성지원자가 이 문을 넘기는 낙타가 바늘뚫기보다 더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계약체결금액 신탁사 1위를 기록한 한국자산신탁이 채용한 신규인원은 10여명이 조금 넘지만 이중 여성합격자는 1~2명에 그친다. 지난달 신규채용을 진행한 생보부동산신탁은 처음으로 여성 정직원 1명을 채용했다. 아시아신탁의 경우 현재까지 여자 정직원을 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신탁사의 경우 대부분 신탁, 사업, 영업팀으로 구분돼있지만 사실상 부동산 물건을 관리하면서 신규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을 해야 돼 남성을 선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