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적자’ 현대重, 돈 되는 건 다 팔았다

입력 2016-04-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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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체 투자주식의 70%에 달하는 1조4181억 처분… 유동성 확보 고육책

5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약 1조4181억원의 투자주식(매도 가능 금융자산)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하고 있던 전체 투자주식 물량의 70% 수준으로 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대규모 손실을 만회하고, 선제적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12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 지분 316만여 주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에게 매각하고 약 5000억원을 확보하는 등 지난 한 해 동안 1조4181억원 규모의 유가증권을 처분했다. 이에 따라 2014년 2조3041억원에 달했던 투자주식 규모는 지난해 8860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잇따른 투자주식 매각은 계열사 신용등급 강등과 실적 부진 영향으로 신규차입 조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유 중인 자사주와 유가증권이 그나마 시기적절하게 융통할 수 있는 현금 확보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9월 정의선 부회장에게 현대차 지분을 넘긴 직후, 현대삼호중공업이 가지고 있던 포스코 지분 전량(130만8000주ㆍ1.5%)을 매각해 약 2262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포스코 주가가 취득단가인 60만원의 30% 수준에서 거래돼 5000억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봤다. 이 주식은 2007년 현대중공업그룹과 포스코가 상호 지분보유 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현대삼호중공업이 약 7316억원을 투입해 취득한 물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5000억원을 손해 보면서도 포스코 지분을 매각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가 초래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앞서 현대삼호중공업은 포스코의 주가가 취득 당시 수준으로 회복될 수 없다고 판단해 이미 가치 하락분을 손상차손(감액손실)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회사가 보유한 투자주식을 처분해 급여를 인상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됐다. 당시 노조는 “회계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매각 가능한 상장주식이나 부동산을 내다팔면 4940억원의 매각 차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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