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4, 3, 2, 1 출발!’ 출발을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3만 인파의 우레 같은 함성이 메아리친다. 광화문을 출발해 잠실 주경기장에 도착하는 이번 서울국제마라톤은 네 번째 풀 코스 도전이다. 10km 지점을 지나고 나니, 이번 대회 릴레이 경기로 함께 참가한 우리 회사 마라톤 동호 회원들이 떠오른다. ‘첫 번째 주자는 이제 도착했을까?’, ‘모두 무사히 경기를 마치려나?’ 잠시 주춤한 사이 사람들이 나를 추월해 간다. 마음이 다시 급해진다. 조깅이나 오래 달리기에 취미가 없는 사람들은 마라톤을 힘든 운동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뭐 하러 마라톤 같은 힘든 운동을 하느냐는 타박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 마라톤이 힘들고 자기 극복을 위한 운동이라면 내가 이렇게 즐겁게 뛸 수 있을까? 달리는 게 즐겁지 않다면 뛰지 못했을 거다. 또 뛰는 건 혼자보다는 함께라야 제 맛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도시 한복판을 누비는 재미, 달려 보지 않으면 모른다. 마라톤의 숨은 매력은 이 마지막 순간에 감춰져 있다. 괴로운 얼굴로 가쁜 숨을 내쉬는 사람들에게 손뼉치고 응원하는 사람들. 나와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내가 완주할 수 있도록 손뼉을 치고 힘을 북돋아 준다. 42.195km의 대장정을 나 ‘혼자’였다면 완주할 수 있었을까? 마라톤 풀 코스에 여러 번 도전하면서 인생은 나 혼자만의 경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마라톤의 매력은 일단 운동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하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과 함께 즐거움을 더욱 키워나가는 것에 있다. 벚꽃이 만개한 봄. 달리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아직 남은 크고 작은 대회를 통해 마라톤의 매력을 확인하고 ‘일의 재미’와 ‘함께 키워가는 즐거움’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