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지네니? 대체 발이 몇 개길래 운동화가 이렇게 많아!”
엄마는 신발장을 정리할 때마다 꼭 한 마디 하신다. 알고 있다. 에디터의 신발장엔 이미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운동화가 꽉꽉 들어차있다. 게다가 운동화 색도 모두 맞춘 것처럼 흰색이다. 우리 엄마 눈엔 그냥 다 똑같은 ‘흰 운동화’로 보이겠지만, 엄마는 모른다. 각각 디테일과 쓰임새가 다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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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에디터는 화이트 스니커즈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이런 나를 ‘슈즈홀릭’이라고 불러도 좋다. 내 변명을 하자면 세상에 흰 운동화만큼 유용한 신발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청바지는 물론이고 스커트, 심지어는 정장바지에 매치해도 언제나 이렇게 ‘무심한 듯 시크한 룩’을 완성해주는데 말이다. 물론 비 오는 날엔 신을 수 없고, 친구가 떡볶이 국물이라도 내 운동화에 흘리는 날엔 우리의 우정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긴 하지만 이렇게나 예쁜데 절대 포기가 안 된다. 아무리 사고 또 사도 세상엔 아직 예쁜 흰 운동화가 너무 많다.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신발장은 어느새 새하얀 ‘겨울 왕국’이 되었다.
오늘은 이런 나의 화이트 스니커즈 사랑을 독자 여러분께 전도하고자 한다. 에디터가 이번 봄 쇼핑 리스트 가장 첫 번째로 올려둔 케이스위스의 화이트 스니커즈 3가지를 신고 또 신어봤다.
케이스위스의 화이트 스니커즈는 그 역사가 깊다. 단순히 색만 하얗게 만든 그런 족보 없는 운동화가 아니란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케이스위스 스니커즈는 50년 전인 1966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모두 캔버스나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테니스화를 신었는데, 이때 케이스위스는 최초로 가죽 테니스화를 선보인 것. 이것이 바로 케이스위스 ‘클래식’이다. 이후 케이스위스는 클래식 모델을 조금씩 변형하고 발전시켜 매년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케이스위스 코트프로2, 클래식 66 USA, 그리고 호크 2016 ss 뉴버전이다. 가격은 코트프로2와 호크가 8만 5000원으로 동일하고 클래식 66 USA는 17만 8000원이다. 세 개 모두 케이스위스의 클래식을 부모로 둬 형제처럼 닮아있지만, 가까이 두고 보면 각각의 개성이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다. 그럼,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
가장 먼저 코트프로2부터 뜯어보도록 하자.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에서 박보검이 주구장창 신고 나오던 그 모델이다. 박보검은 올 화이트 모델을 신었는데 에디터는 봄이니 조금 더 산뜻하게 레드와 블루로 포인트를 준 녀석으로 골라봤다. 클래식부터 쭉 이어져온 케이스위스의 상징, 오선 스트라이프가 돋보인다.
코트프로2는 앞코부터 발등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아주 잘 빠졌다. 덕분에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신발 끈을 끼우는 레이스 루프는 골드로 포인트를 줬는데, 마치 아주 작은 금 귀걸이를 끼고 있는 것처럼 깜찍하다.
레드와 블루의 오선무늬, 그리고 매끈하게 빠진 라인 덕에 청바지와도 치마와도 아주 잘 어울리더라. 아직 바닥을 한 번도 밟지 않은 새 신발이니 침대 위에서 소녀 느낌으로 사진 찰칵. 이건 인스타그램에 올려야지. 해시태그는 #whiteaddicted.
다음은 미국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가죽으로 만들어진 리미티드 에디션, 클래식 66 USA다. 50년 전의 클래식 모델에 가장 충실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올 화이트에 남성용으로만 선보이는 뚝심 있는 녀석이다. 레이스 루프는 다른 신발처럼 갑피에 그냥 구멍을 뚫는 것이 아니라 고리를 달았다. 그래서 다섯 개의 줄이 그대로 신발끈과 이어지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켜 재미있다.
고무 아웃솔은 새하얀 색이 아니라 마치 바랜 것 같은 미색을 띈다. 그래서 이제 막 포장을 뜯은 새 신발도 몇 번 신은듯한 빈티지한 멋을 느낄 수 있다. 갑피는 천연 가죽을 사용해 다른 제품보다 무게가 조금 나가는 편이지만, 남자가 신었을 때 발이 무겁거나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클래식 66 USA에는 진한 색의 청바지를 롤업해 매치했다. 역시 청바지와 흰 운동화는 진리다.
마지막은 이번 시즌 한단계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온 호크 2016 ss 뉴버전이다. 처음 소개했던 코트프로2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더 캐주얼하고 귀여운 디자인이다. 천연 소가죽과 인조 가죽을 적절하게 섞어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좋다.
미드솔은 가볍고 쿠셔닝이 뛰어난 압축 스펀지를 사용해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였고, 밑창에는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100% 천연고무를 사용했다. 측면은 합성가죽으로 마치 메쉬 소재처럼 오돌토돌하게 표현했다.
위로 볼록 삐져나온 혀, 뭉툭한 앞코, 오선 라인의 포인트까지 캐주얼하고 젊은 느낌의 운동화다. 청바지와의 궁합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의외로 슬랙스와도 잘 어울린다. 아니, 오히려 포멀한 룩과 함께 매치했을 때 차려입은 것 같지 않아 보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해 보이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오늘 기사는 귀여운 커플 사진으로 마무리하려한다. 사실 오늘 소개한 케이스위스 화이트 스니커즈 삼형제는 커플 운동화로 제격이다. 세 가지 모두 클래식 모델에 기반을 둔 녀석들이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형제처럼 닮아있다. 커플 운동화는 같은 모델, 같은 컬러보다는 오히려 이렇게 닮은 듯 다른 것을 매치할수록 멋지다. 만약 이제 막 핑크빛 사랑을 꽃피우는 커플이라면, 벚꽃놀이 갈 때 이렇게 맞춰 입고 가는 건 어떨까? 무척 사랑스러운 커플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아, 에디터는 솔로라 그냥 혼자 예쁘게 신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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