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 ‘거침없는’ M&A 열풍

입력 2007-06-2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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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만 솔로몬-한진ㆍ한국-부민 인수

대형 저축은행들이 다른 저축은행의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한편 영업권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00년 당시 신용금고들이 무더기로 퇴출되면서 금융감독당국에서 정책적으로 내놓았던 저축은행형 지주회사 방식이 대형사의 끊임없는 M&A 시도로 실제화 되고 있다.

27일 한국저축은행은 부산의 부민저축은행의 대주주인 SLS중공업의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국저축은행은 다음달 중 자산 및 부채 실사 작업을 진행한 후 본계약을 체결하고 감독당국에 지배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민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하게 되면 한국저축은행은 진흥저축은행, 경기저축은행과 함께 총 4개의 저축은행이 유기적인 움직임을 하게 된다.

한국저축은행 외에도 솔로몬저축은행 등 여러 저축은행이 2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1위 저축은행인 솔로몬저축은행은 임석 회장이 인수하기 전인 골드금고 시절 우풍금고를 인수 합병했으며, 이 후 한마음저축은행(현 부산솔로몬저축은행), 나라저축은행(현 호남솔로몬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이달에도 경기도 한진저축은행을 인수한 바 있다.

업계 2위인 제일저축은행의 경우도 최근에는 저축은행 M&A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과거 신용금고 시절 신한금고(현 제일2저축은행)를 인수했으며, 이후에도 신영, 경안금고 등을 인수해 합병했다.

또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김광진 회장이 현대금고를 인수한 이후 강남저축은행을 인수해 현대스위스Ⅱ저축은행으로 변경했다.

부산저축은행도 부산2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KTB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의 중앙저축은행을 인수, 중앙부산저축은행으로 개명했다.

삼화저축은행도 경북 김천의 솔본저축은행을 인수해 삼화두리저축은행으로 변경했다.

별도 법인으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저축은행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상위 10위 저축은행 중에서는 미래저축은행이 우리나라 최남단인 제주도에서 시작해 충청남도의 아산저축은행을 인수해 저축은행업계 처음으로 영업구역은 두 곳(수도권 제외)으로 넓혔다. 지난 2005년에는 서울의 삼화저축은행을 인수 영업구역을 서울까지 확대했다.

한 때 업계 1위였던 HK저축은행도 지난 98년 한솔금고 시절 국민은행 계열사였던 부국금고를 인수해 업계 1위로 등극한 바 있다.

이처럼 현재 저축은행업계 자산규모 상위 10개사(솔로몬, 제일, HK, 한국, 현대스위스, 부산, 경기, 부산2, 미래, 토마토) 중 설립 이후 단 하나의 타 저축은행도 인수하지 않은 곳은 토마토저축은행 한 곳 뿐이다.

또한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동부저축은행 등은 꾸준히 타 영업권 저축은행 M&A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저축은행들이 M&A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타 금융업종과 달리 해당 영업구역 외에서 영업을 할 수 없다. 과거에는 수신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었으나 현재는 여신에 대해서만 해당 영업권에서 50% 이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당국에서 서울과 각 도별로 구분돼 있는 영업구역을 광역화해 8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영업적인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타 영업권에 있는 저축은행을 인수해 영업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향후 금융당국에서 저축은행의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지난 2000년 금융당국에서는 일정 규모가 되는 저축은행에 대해 ‘지방은행화를 허용해 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현재까지는 ‘립서비스’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저축은행의 자산규모가 지방은행 수준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저축은행업계는 정부당국이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와 건전성을 갖춘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지방은행으로 전환시켜준다는 등의 로드맵을 마련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솔로몬, 한국, 현대스위스, 동부저축은행 등이 지속적으로 타 지역 저축은행의 인수를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혹 로드맵이 마련된다면 이후에 준비하는 것은 늦기 때문에 사전에 영업권역을 확대하면서 향후 지방은행으로 전환에 대비하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현대캐피탈이 MBK파트너스와 함께 HK저축은행을 인수한 것도 동일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저축은행의 규모의 확대가 자칫 저축은행의 장점인 지역밀착, 신속성 등에 저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보다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고, 또 결제단계도 복잡해져 신속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 저축은행의 계속된 M&A 시도에 대해 업계의 전반적인 반응은 긍정적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좋은 저축은행이 영업권을 넓히면서 전반적인 저축은행업계의 인지도도 좋아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우량한 대형사들의 계속된 확장은 부실저축은행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요인이 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형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은 과거와 달리 순수하게 저축은행 등 금융업만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과거와 같은 출자자대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자금력만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 업계 전체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M&A는 이제 거스릴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으며,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당국에서도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함은 물론 대형화되고 있는 저축은행에 대한 대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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