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갑질' 기업인은 있어도, 영원한 갑은 없다

입력 2016-04-1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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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팀장

우리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교양이 있고, 수양을 쌓은 사람일수록 겸손하고 남 앞에서 자기를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벼와 달리 사람은 그러지 않는 것 같다.

일례로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 사건과 2014년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그리고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등이 사회적 지탄을 받은 데 이어 올해에도 어김없이 ‘슈퍼 갑질’ 기업인이 도마에 올랐다.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과 MPK그룹 정우현 회장, 현대 비앤지스틸 정일선 사장 등이 그 당사자들이다.

지난해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이 부회장으로부터) 인격 비하적인 욕설 등 상습적인 폭언과 위험천만한 부당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이 부회장이 운전기사를 상시 모집해 예비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전통보 없이 바로 잘랐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교체된 운전기사만 약 40명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경비원에게 폭행을 가해 논란이 된 정 회장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정 회장은 2일 밤 10시께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건물에서 경비원 황모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정 회장 측은 일방적인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이 식당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정 회장의 폭행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들에 대한 논란이 점차 수그러들 무렵, 이번에는 정 사장의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이 세상에 공개돼 충격을 줬다. 매뉴얼에 따르면 수행기사는 정 사장이 아침 모닝콜을 받을 때까지 ‘악착같이’ 전화해야 했다. 또 모닝콜 뒤 ‘가자’라는 문자가 오면 번개같이 뛰어 올라가야 했다. 뿐만 아니다. 정 사장이 빨리 가자고 할 때는 신호·차선·버스전용차로를 대부분 무시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만일, 이 매뉴얼을 지키지 못한 경우에는 수행기사에게 모욕적인 언행과 함께 폭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슈퍼 갑질’ 기업인들은 이후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하나같이(?)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는 한편 당사자들에게는 직접 찾아가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도 기업인들에 대한 미덥지 못한 시선을 쉽사리 지울 수 없다. 연중행사처럼 ‘갑질’ 기업인이 나오고,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고 있음에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 시민단체가 권력층의 도덕적 해이에서 오는 비윤리적인 갑질 행태를 막기 위해 ‘24시간 갑질 피해 신고 콜센터’를 운영하기로 했을까. 신고 콜센터가 앞으로 어떤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슈퍼 갑질’을 일삼고 있는 기업인들에게는 두려운 존재로 부각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갑과 을의 관계는 주종이나 우열, 높낮이를 구분하는 개념이 아니라 수평적 나열을 의미한다. 갑은 언제든 을이 될 수 있고, 을 또한 언제든 갑이 될 수 있다. 갑의 위치에 있다면 이제는 을의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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