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특화 증권사 6곳] 대형사 부럽지 않은 혜택… “미래를 위한 선택”

입력 2016-04-15 10:16 수정 2016-04-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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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기보 P-CBO 발행 주관사 선정시 ‘자산 1조 이상’ 요건 면제… M&A펀드 운용사 선정때도 우대 혜택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가 선정되면서 중소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중기 특화 증권사 프레젠테이션(PT) 평가에서 서명석 유안타증권 공동대표와 박의헌 KTB투자증권 대표 등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설 만큼 중소형 증권사들이 사활을 걸었다. 이번에 중기 특화 증권사로 선정된 IBK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KB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6곳의 CEO들은 함박웃음을 지은 반면 박의헌 KTB투자증권 대표 등 탈락 증권사들은 아쉬움을 드런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국내 중소 증권사들이 정부의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 선정에 목매는 까닭은 시장의 대형화 추세와 무관치 않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5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업계 1위다. 2위인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5505억원에 달한다. KB투자증권이 현대증권의 인수를 완료하면 자기자본은 3조9247억원으로 증가, 업계 3위로 올라선다. 이처럼 자기자본이 수조원 단위의 증권사들이 즐비하면서 중소 증권사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선 것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인수합병(M&A) 금융 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월부터 허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헤지펀드 시장도 대형 증권사 위주의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중소 증권사들 역시 수수료 장사와 같은 기존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려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증권사들이 중기 특화 금융투자회사에 선정되면 기대하는 부분도 기존에 대형 증권사들이 차지했던 시장의 진출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주관사를 선정할 때 총 자산 1조원 이상의 증권사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중기 특화 증권사로 선정된 회사는 이러한 요건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이형주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중기 특화 증권사에 P-CBO 발행 우선권을 주면 자본시장을 졸업하려는 기업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보증된 P-CBO는 우량채권이기 때문에 주관 수수료 수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이 중기 특화 증권사를 위한 별도의 펀드를 조성하려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산은은 별도 펀드뿐 아니라 M&A 펀드 운용사 선정 시 중기 특화 증권사를 우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중기 특화 증권사는 스몰캡(소형주) 종목들의 M&A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종근 산은 팀장은 “지난해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털(VC)을 1조6000억원 조성했는데 올해는 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중기 특화 증권사를 위한 별도 펀드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 특화 증권사가 선정되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도 이전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창구가 늘어나면 상거래 채권을 할인하고 대출자산 또는 매출채권으로 유동화하는 것이 이전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라우드펀딩 중개업도 새로운 시장으로 꼽힌다.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은 대형 증권사보다는 중소 증권사가 특화할 수 있는 업무다. 지금까지는 시장 형성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이 같은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기 특화 증권사가 VC 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것도 이점으로 꼽힌다. VC 조합은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 신기술조합, 한국벤처투자조합(KVF)으로 나뉜다. 중기 특화 증권사는 금융위의 인가를 통해 신기술조합을 만들 수 있다.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가 넓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신기술조합을 제외하고는 중소기업청의 허가를 받아야 설립할 수 있다.

장일훈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팀장은 “중소 증권사의 VC 조합 설립이 허용되면 시장이 더욱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기 특화 증권사에 선정되어도 단기간에 과실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금융당국은 1개의 업체가 중기 특화 증권사에 선정돼 모든 혜택을 받으면 기업은행의 출자 지원, 한국성장금융의 중기 M&A 펀드 운용사 선정 우대, 증권금융의 담보대출 한도 확대 혜택 등 모두 50억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복수의 증권사가 중기 특화 증권사에 선정되면서 단번에 많은 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증권사 관계자는 “당장 올해보다는 향후의 시장을 보고 중기 특화 증권사에 선정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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