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너지업체 BP그룹의 주주들이 최고경영자(CEO) 밥 더들리 연봉 인상안에 퇴짜를 놨다고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날 열린 BP 정기주주총회에서 공개된 사전 대리투표 결과 더들리 CEO 보수 인상안에 대해 59%가 반대표를 던졌다. BP는 더들리 CEO의 연봉과 보너스, 연금 등을 포함한 보수를 20% 인상한 1960만 달러를 지급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봉은 1.5% 인상한 185만 달러, 보너스는 38% 인상한 139만 달러, 연금 기여액과 퇴직혜택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652만 달러 등을 책정해, 총액이 전년 대비 약 20% 인상되는 것이다.
이날 더들리 CEO 연봉 인상안에 앞서 BP는 저유가로 인한 타격을 이유로 배당금 축소를 시사했다. BP는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과 멕시코만 오일유출 사태와 관련한 법적비용 100억 달러 충당 등의 여파로 65억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순이익은 전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BP는 올해 유전 개발과 생산 부분에서 4000명, 내년까지 생산지원 부분에서 3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그간 우량주로 분류돼왔던 에너지업체들의 배당금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돼왔다. 이 때문에 배당금 지급 삭감이나 철회는 투자자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배당금 축소 시사에 예민해진 투자자들에게 이사회가 CEO 연방 인상안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는 평가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투자자들까지 포함한 최종 투표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구속력이 없지만 칼-헨릭 스반버그 이사회 의장은 CEO 연봉 인상안 재검토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