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대외여건 불확실할 때 재정ㆍ통화 공조 신중해야”

입력 2016-04-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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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재정 등 정부 정책과 통화정책 간 조합은 대외경제가 불확실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경기부양보다 물가안정에 초점을 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본색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찾은 이 총재는 15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정 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채널이 항상 열려있고 수시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하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조화와 협조가 필요하지만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정책 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여력이 없으면 곤란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재정을 확대할 여력이 있고, 현재 1.5%인 한국의 기준금리가 주요국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라며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과 금리 인하 정책 조합을 시사했다.

한은 입장에서는 물가 안정이 여전히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장에도 중앙은행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앞서 새누리당은 한은이 KDB산업은행 발행 채권과 주택금융공사의 MBS(주택저당증권)를 직접 인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판 양적완화’ 대책을 발표해 정치권의 통화정책 개입 논란을 불러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현재로썬 그럴 상황이 아니나, 중앙은행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외환위기 때 한은이 부실채권 정리 등 기업 구조조정에 나섰던 전례가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어 그는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개선하는데 (한은이) 팔짱만 끼고 있겠다는 생각은 아니다”라며 “중앙은행의 기본원칙, 한은 관련 법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서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기존 판단을 재확인했다.

플러스(+) 금리일 때와 마이너스(-) 금리일 때 효과가 다르며, 각각 경제주체들의 행위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저금리하에서 돈을 빌려 소비를 늘릴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저축률이 높아진다”며 “과거에는 금리 인하가 소비나 투자에 미치는 효과가 비교적 뚜렷했지만 고령화와 산업구조 변화로 효과가 분명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하가 효과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시계열이 짧아 검증이 쉽지 않다고 했다.

절반 이상 교체되는 금통위원들이 비둘기파 성향이라는 점에서 5월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다는 것에 대해 이 총재는 “과거 발언과 추천기관으로 정책 성향을 예단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라며 “금통위원이 되면 직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기 물가안정 목표(2%)를 0.5%포인트 이상 이탈한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하면 총재가 직접 경위와 대응방안을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 총재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저물가 기조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저유가 반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저물가일 때 무턱대고 금리를 내릴 수 없듯이 물가가 오른다고 금리 대응을 바로 할 수 없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물가 진폭을 높이게 된다”며 “물가안정목표는 중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 후반으로 하향 조정할 것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이 총재는 “1, 2월 수출 지표가 특히 좋지 않아 현재로썬 예상 성장률(3%)을 낮출 수 밖에 없다”며 “1분기 실적이 나빠 당초보다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수 밖에 없고, 2분기 이후 흐름이 중요한데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작년 10월 제시했던 3.2%보다 0.5%포인트 낮춘 2.7%로 수정, 발표했다.

한국은행도 오는 1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 뒤 올 성장률 전망을 수정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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