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대 이슈] 반대 외치던 野 ‘다수당’으로…롯데·카카오·SKT ‘긴장 모드’

입력 2016-04-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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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면세점·인터넷은행·CJ헬로비전 인수합병…정부 인허가정책 난기류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이 형성된 뒤 재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가 정책 결정을 총선 이후로 미룬 주요 정책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분위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술술 풀릴 것으로 기대했던 정부의 주요 정책이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3당인 국민의당에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정부의 인·허가 정책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대기업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18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가 검토중인 신규 면세점 허가를 비롯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직결된 은행법 개정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등의 이해득실도 바뀌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로 신규 면세점 허가와 은행법 개정안은 사실상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규 면세점은 찬성하는 롯데측 진영과 반(反)롯데 진영 간 의견이 나눠졌고, 은행법 개정안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은행업계와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에 속도를 내는 ICT업계 간 상충하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역시 새롭게 구성되는 20대 총선 결과로 정부의 처리가 낙관적인 흐름은 아니다.

◇ 롯데, 신규 면세점 '특허의 꿈' 쉽지 않네=야당의 입김이 커진 20대 국회에서 롯데그룹이 간절히 원하던 신규 면세점 특허가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형성되고 있다.

당초 정부가 추가 면세점 특허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하던 롯데 등 일부 그룹들은 여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의 독과점을 반대하던 야당의 힘이 쎄지면서 정책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롯데 등은 3~5개 가량의 신규 면세점 추가 허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정부의 정책이 총선 투표 결과만으론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내심 바라고 있지만, 긴장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야당의 힘이 커진 상황에서 객관적 근거 없이 정부가 추가 면세점 특허를 밀어붙이긴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 “일단 상황을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 업계는 시내면세점 추가를 놓고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등 찬성진영과 호텔신라를 주축으로 두산,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등의 반대진영이 팽팽하게 맞선 상태다.

정부는 지난달 면세점제도 개선안을 공개하면서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 여부는 제외한 채 면허기간 연장, 수수료율 인상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관세법 개정안 통과도 진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조건 '은행법 개정안' 처리 불투명=20대 국회의 여소야대로 가장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과 관련한 은행법 개정안 처리다.

현재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자본을 최대 10% 까지만,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까지만 보유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산업자본에는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지금의 은행법으로는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카카오컨소시엄과 KT컨소시엄은 각각 카카오뱅크와 K뱅크를 각각 준비했지만 은산분리를 규정한 은행법에 가로막혀 진척이 없었다. 이 때문에 여당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지분 보유한도를 최대 50%까지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은산분리 규제의 본래 의도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은행법을 개정해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에 막혀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여당이 더 많았던 19대 국회에서도 바뀌지 못한 은행법이 20대 국회에서 개정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여소야대 국회로 인해 야당 의석수가 더 많아졌고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 지위까지 가져간 만큼 법 개정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복병 등장=총선 이후 통신업계 최대 화두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향배도 묘연해지고 있다.

다음달 30일 첫 임기를 시작하는 20대 국회에서 구성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가장 먼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을 면밀히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승인 여부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두고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이 워낙 첨예하게 엇갈리는 탓에 그동안 여론과 국회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새롭게 출범하는 미방위원들의 교체 폭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 미방위는 기존 의원에서 최소 절반 이상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에선 기존 미방위 20명 중 단 9명만 재선에 성공했다.

새롭게 미방위 들어갈 의원으로 과거 통신 업계에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유력한 후보자 두명이 전직 KT 출신이다. 여기에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케이블방송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는 점도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부담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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