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부산지역 재개발·재건축 물량 확보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정비사업구역 대부분이 입지 조건 등이 이미 검증된 지역에 위치하는데다 시공사로 선정되면 인근 신규 수주에서 상당 부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어 업계 간 다툼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 가야1구역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SK건설, 한화건설 등의 대형건설사를 비롯해 효성, KCC, 쌍용건설 등 중소형 건설사들이 참석했다. 부산진구 가야동 410번지 일대를 재개발하는 이번 정비사업은 아파트 2090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3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치러진 해운대구 반여1-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현장설명회에도 대우건설과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10대 대형사들을 비롯해 등 한화건설, 계룡건설, KCC건설 등 11개 건설사들이 참여하며 관심을 샀다. 올 초 롯데건설이 품에 안은 부산진구 가야3구역 재개발 구역은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동원개발 등 총 11개 건설사가 눈독을 들였던 곳이다.
부산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소형 건설사들이 이처럼 몰리는 이유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신규 공공택지 개발이 당분간 중단되면서 업계가 지방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의 경우 많은 정비사업구역이 생활인프라가 이미 잘 갖춰진 도심에 위치해 분양에 실패할 확률이 낮다. 도심지역에 잠재된 재개발·재건축 구역이 많아 앞으로의 신규 수주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이 최근 연제구 연산2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한 '연산 더샵' 은 평균 239대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감하며 '대박'을 기록했다. 지난해 공급된 서구 서대신2구역 재개발지 '대신 더샵' 역시 최고 199.3대 1, 평균 108.7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연산 더샵' 의 경우 부산지하철 3호선 물만골역을 도보 5분 만에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교통 여건이 좋고, '대신 더샵'은 편의시설 여건은 물론 초·중·고교를 도보통학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팀장은 "부산은 도심지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없었던 곳으로 최근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해운대는 대형사들의 대단지 단지 조성이 계속돼 서울의 강남처럼 부촌으로 인식되고 있어 실수요자나 투자수요가 모두 몰려 프리미엄 장사가 잘 되는 지역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부산 연제구 연산동 인근에서는 총 7개의 도시정비구역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부산 주택재개발사업 구역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모두 27곳.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은 각각 20곳, 16곳이며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앞으로 사업이 진행될 구역은 23곳이다. 재건축 사업에서는 추진단계 구역이 21곳, 추진위원회를 이제 막 구성하거나 아직 추진위조차 구성하지 못한 곳 등 미추진 지역만 53개 구역에 달한다. 업계는 앞으로 부산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사업지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27개의 프로젝트를 따낸 GS건설은 현재 부산에서만 5개 정비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부산 분양시장 공략은 물론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더 공격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장 팀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해지면 사업이 지지부진한 많은 정비사업구역들도 탄력을 받게 돼 건설사들의 수주경쟁도 치열해질 수 있다"라며 "부산 부동산 시장 전반에서 가격이 동반 상승효과를 보이거나 지역개발 열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