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박현주의 도전] “한국의 골드만삭스 목표… 증권은 은행의 서자가 아니다” 직격탄

입력 2016-04-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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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대우證 인수전 2.4조 통 큰 베팅으로 업계 1위 등극 “은행보다 우위 서겠다” 밝혀

“이병철, 정주영 회장 이런 선배들이 어떻게 (회사를) 만들었느냐 하면 그 당시로서는 불가능한 세상을 꿈꿨다는 것입니다.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들려면 불가능한 꿈을, 불가능한 상상을 재무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상상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당시 KDB대우증권 본입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말이다. 두 증권사의 물리적 결합만으로도 이미 국내 최대 증권사가 되지만, 그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이제 명실공히 ‘국내 증권업계 1인자’가 된 박 회장은 ‘한국의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점차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셈에 밝은 집단이다. ‘상상의 힘’이나 ‘꿈’과 같은 단어보다는 당장 숫자로 도출되는 결과 값을 신뢰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 회장의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일각에는 ‘혹시 모른다’는 시선도 있다. 그 속에서는 월급쟁이에서 시작해 거대 금융기업을 일궈낸 박 회장이 의외성을 발휘해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내 주길 바라는 기대감도 읽히고 있다.

◇두 번의 승부수 적중…‘박현주라면 뭔가 만들어낸다’ = 업계의 일군이 박 회장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그가 소위 말하는 ‘금수저’가 아닌 월급쟁이 출신이면서도 재계순위 30위 내에 드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을 키워낸 ‘신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박현주라면 뭔가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의 배경이다.

과거 박 회장이 던진 첫 승부수는 미래에셋의 창업이었다. 1997년 38세의 박 회장은 동원증권에서 8명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미래에셋을 설립했다. 훗날 ‘박현주 사단’이라 불린 이들이다. 회사 내에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대한민국에 IMF 외환위기가 불어닥친 시기에 오히려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고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박 회장의 승부수는 통했고 미래에셋은 ‘대박’을 터뜨렸다. 외환위기로 증권시장이 침몰했던 이 시기에 박 회장은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로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해 90%의 수익률을 냈다. 이어 1999년에는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했으며 2002년이 되자 금융상품 판매잔고 4조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지난해 매물로 나온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약 2조4000억원을 베팅한 것은 박 회장의 두 번째 ‘대형 승부수’다. 이 베팅은 박 회장을 명실공히 ‘국내 증권업계 1인자’로 만들었다.

◇‘증권업계 긍정적인 메기 효과’ = 박 회장의 대우증권 인수는 증권업계 판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7위에 머무르던 미래에셋증권은 2위의 대우증권을 흡수하면서 독보적인 선두로 자리매김했다. 1위를 지키고 있던 NH투자증권은 4조5505억원의 자기자본으로 2위로 밀려났고, 3위 자리에는 최근 현대증권을 인수한 KB투자증권의 합병법인이 자리할 전망(자기자본 3조9000억원)이다. 3위였던 삼성증권(3조5238억원)과 4위 한국투자증권(3조3705억원)은 각각 한 계단씩 밀렸다.

전문가들은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가 그동안 고착화돼 있던 증권업계에도 긍정적인 ‘메기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덩치가 커진 증권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 자연스럽게 국내 증권시장의 수익성도 다변화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박 회장의 대우증권 인수 목적에 대해 ‘글로벌 IB(투자은행)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그간 국내에서 대형사라고 불리는 증권사조차도 국제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대형사라는 타이틀에 미흡한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국제적인 기준에서도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증권사가 한두개씩 나타나기 시작하고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한국의 골드만삭스… 또 신화 만들까 = 국내 1위에 올라선 박 회장은 다음 목표로 ‘한국의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을 제시하고 있다. 증권은 은행의 서자(庶子)가 아니다. 미국 골드만삭스, 일본 노무라증권이 은행보다 우위에 있듯 한국에서 미래에셋도 그렇게 될 것이다.” 지난 15일 열린 미래에셋대우의 경영전략회의에서 박 회장이 드러낸 자신감이다.

이날 박 회장은 “30∼40년 만에 골드만삭스가 성장한 건 신성장산업에 투자하는 적극성 때문”이라거나 “(일본 노무라증권의 경우) 한 점포에 200∼300명이 근무하며 다양한 상품을 취급한 사례가 있다”며 두 회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 내부에서는 향후 박 회장이 해외투자는 골드만삭스를, 국내 영업은 노무라증권을 모델로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박 회장의 경영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대우증권 출신 직원들을 끌어안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합병 과정에서 잡음이 지속할 경우 합병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1위이지만 골드만삭스(자기자본 91조원), 모건스탠리(79조원) 등에 비해서는 ‘걸음마’ 수준인 자본금도 보다 늘려야 한다. 당장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노무라증권(11조원)도 자기자본이 미래에셋대우의 두 배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도 여전히 글로벌IB에 비해서는 규모가 떨어진다”면서 “현재 수준에서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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