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인간과 대화하는 ‘챗봇 저널리즘’

입력 2016-04-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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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용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교수

챗봇 저널리즘(chatbot journalism)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챗봇(chatbot)은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인간의 대화를 흉내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WeChat)이 가장 먼저 도입했으며, 미국·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최첨단 메신저 기술로 잇따라 개발, 발전시키고 있다. 사용자가 컴퓨터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사람과의 대화처럼 바꿔주는 기술로, 그동안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용도로만 여겼던 메신저 서비스가 챗봇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챗봇을 통해 호텔과 병원 예약을 하고, 영화 관람표도 구매하고 있다.

특히 최근 페이스북이 챗봇 시장에 진입하면서, 앞으로 챗봇 시장이 무한대로 발전하는 가운데 챗봇 저널리즘 시대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저널리즘 분야에서 최근 1~2년 사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로봇 저널리즘이다. 사람 대신 로봇이 기사를 작성해 보도하는 것으로, 이미 야구 등 스포츠 중계, 그리고 주식시황 중계 중 매우 일상적인 분야에서 실시되고 있다. 야구에 관한 많은 정보를 입력하고 있는 로봇이 경기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야구 경기를 보도한다. 지금까지 기자들의 영역이었던 것을 로봇이 대신하는 것이다. 챗봇 저널리즘은 그러나 로봇 저널리즘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두 가지 측면에서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역할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사 작성과 뉴스 제작 측면에서 로봇이 단독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로봇이 단순하게 무감각적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대신 사람과 대화를 통해 기사를 작성함으로써 인간의 섬세한 감정이 기사에 표현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챗봇 저널리즘은 사람들이 봇(bot)의 기능, 즉 기계가 기사를 작성해서 제공하는 것보다는 챗(chat) 기능, 즉 사람들의 정서와 감성이 들어간 기사를 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그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 텍스트 위주의 현재 메신저 기능도 추후에는 목소리 인식 기능까지 더해질 것이 분명한 만큼 기사 작성부터 공급까지 챗봇을 이용한 챗봇 저널리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뉴스 소비 측면에 있어 사람들은 챗봇을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뉴스를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NN은 페이스북이 12일 메신저 챗봇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즉각 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방식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CNN을 보는 사람들을 늘려나가겠다는 취지에서다. CNN이 현재 도입하는 방식은 청취자들의 개인적인 취향에 한층 더 맞춰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기사 작성과 뉴스 제작보다는 뉴스 소비에 있어 챗봇이 우선적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챗봇을 통해 메신저로 필요한 기사를 골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챗봇 저널리즘의 등장은 저널리즘을 넘어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간이 할 일을 기계에 내주고 인간은 기계에 종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크게 불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등장과 발전으로 인해 그동안 사람들이 해 온 일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해 왔고, 챗봇으로 인해 이런 현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챗봇 저널리즘 세상에서는 로봇이 기계적으로 기사를 작성하기보다는 인간과 기계가 상호간 의사 소통을 통해 공동으로 기사를 작성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차원의 인공지능 시대가 열릴 것이다.

챗봇 저널리즘은 결국 인공지능의 발전과 모바일 기술의 성장이 인간과 기계의 분리나 대결을 초래하는 대신 인간과 기계가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미래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모델로 등장할 것으로 여겨진다. 챗봇 저널리즘은 그러나 앞으로 기사 작성부터 소비까지 대형 언론사에 의한 큐레이션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저널리즘과 차별화를 단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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