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구글과의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 EU는 구글의 온라인 검색에 이어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에 대해서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공식조사에 돌입했다고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EU집행위원회(EC)는 이날 안드로이드가 시장독점적인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잠정 결론이 담긴 ‘이의신청서(Statement of Objections)’를 구글 측에 보냈다. ‘이의신청서’는 사실상의 기소인 공식조사의 첫 단계로 구글은 12주 안에 혐의를 반박하는 해명서를 내거나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의 예비 조사로 구글이 EU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들에 ‘구글검색’‘크롬 브라우저’와 같은 자사 앱을 초기 설정으로 사전 설치하도록 해 경쟁사와 소비자들 모두에 피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베스타거는 구글이 오픈소스 코드인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경쟁사 OS 설치를 막고 구글 검색을 스마트폰에 단독으로 사전 설치했을 때 제조업체나 통신업체에 금전적 인센티브를 준 것도 문제로 삼았다.
앞서 EU는 지난해 구글이 쇼핑검색 결과를 자사에 유리하게 표시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도 공식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가 구글의 핵심 수익모델인 광고 판매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드로이드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에 힘입어 구글은 모바일 광고시장도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e마케터에 따르면 구글은 700억 달러(약 79조2800억원)에 달했던 지난해 글로벌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35% 점유율을 차지했다. 모건스탠리는 구글의 모바일 검색 매출이 지난 1분기에 47억8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60% 급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베스타커 집행위원은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의 대부분을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차지하기 때문에 이번 안드로이드 이슈는 특히 중요하다”며 “스마트 모바일 기기의 약 80%가 안드로이드로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C에서 반독점 위반으로 최종 결론이 나고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이를 확정하면 구글은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EU 법에 따르면 해당 기업의 직전 회계연도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구글의 지난해 매출은 745억 달러였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는 EU와 반독점 위반 행위로 10년에 걸쳐 분쟁을 벌이면서 총 4차례, 17억 유로에 달하는 벌금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