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달러 지폐의 앞면이 달라진다. 미국 재무부는 20일(현지시간) 20달러 지폐 앞면의 인물을 흑인 여성인권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화폐 역사에서 화폐 도안으로 여성이 선정된 건 터브먼이 처음이다. 현재 20달러 앞면의 주인공인 미국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은 이제 20달러의 뒷면에 자리 잡게 된다.
노예 출신 터브먼은 자신이 태어난 농장에서 탈출한 뒤 남부의 다른 노예들을 북부로 탈출시키는 일을 하다가 남북전쟁에 참전하고 여성과 흑인 인권운동에 나섰던 인물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재무부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여성, 리더, 그리도 자유의 투사(freedom fighter). 해리엇 터브먼보다 더 좋은 선택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20달러는 미국에 유통된 전체 지폐 중 22.6%의 비중을 차지해, 1달러(30%)와 100달러(28.3%) 다음으로 높다. 그만큼 미국인 사이에서 사용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6월 2020년 여성의 투표권 100주년을 기념해 10달러 지폐를 대상으로 화폐 도안 변경을 추진했다. 현재 10달러 앞면의 얼굴은 미국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그러나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을 비롯해 금융계 인사들이 10달러 지폐 인물 변경 계획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자 해당 계획은 전면 수정됐다. 사실상 전직 대통령 대신 초대 재무장관이 미국 지폐 앞면 ‘자리 보존’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해밀턴은 미국 금융시스템의 조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된다. 반면 잭슨 전 대통령은 미국 원주민을 탄압한 이력 때문에 20달러 지폐 앞면에서 밀리게 됐다.
재무부는 10달러 앞면 인물로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을 유지하되, 뒷면에 여성참정권 운동가들의 모습을 추가하고 5달러 지폐 뒷면에는 마틴 루서 킹 목사와 엘리노어 루스벨트 같은 인권운동가들의 모습을 더한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2020년까지 이들 지폐 3종의 최종 도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며 2030년 전까지 새 지폐를 유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