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부산국제영화제를 망치나?[배국남의 눈]

입력 2016-04-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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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의 문제있는 행태로 인해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적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의 문제있는 행태로 인해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내외에 자랑할만 한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이자 영화제 브랜드입니다.” 1996년 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오늘의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한 김동호 전위원장의 말이다.

이 말에 대해 국내외 영화인과 영화팬들은 대부분 공감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및 아시아영화 발전의 기폭제이자 세계적인 영화제 브랜드로 그리고 2172억원(2013년 기준)의 생산, 부가가치 유발효과 등으로 대변되는 엄청난 산업적 효과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이후 최대위기에 봉착했다. 그동안 구축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존립마저 흔들릴 수 있는 위기상황이다.

2014년 9월 서병수 부산시장의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 ‘다이빙벨’ 상영취소 요구로 촉발된 부산시와 영화제조직위원회, 영화인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9개 영화관련 단체로 구성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8일 "서병수 부산시장의 영화제 조직위원장 사퇴와 부산영화제 독립성 보장의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영화제에 불참할수 밖에 없다"는 부산국제영화제 참가 거부를 선언했다.

이어 김규옥 부산경제부시장 겸 부산영화제 부조직위원장은 20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화인들이 보이콧을 한 것은 부산영화제에 큰 타격이다. 과연 보이콧을 할 만큼의 쟁점이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며 영화인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용관 집행위원장 검찰고발 문제, 영화제 정관개정문제, 영화제 신규자문위원에 대한 법적 대응, 영화제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 등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올해 부산영화제는 어떤 형태로든 열릴 것”이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영화인들의 참여거부 선언과 부산시의 기존 입장 고수로 인해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2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들은 출품작 편수가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을 비롯해 준비 부족 등으로 진행에 큰 어려움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인들의 보이콧이 철회되지 않으면 전시성 영화제로 전락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영화인과 영화팬들은 부산국제영화제의 파행의 가장 큰 책임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고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문화지원 정책의 대원칙을 깬 부산시에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1996년 9월 13일 첫선을 보였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영화제로 그리고 세계적인 영화제로 자리 잡고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 영화 브랜드로 부상했다. 그리고 한국영화산업의 견인차 역할까지 하고 있다. 오늘의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든 것은 정부도, 대통령도, 부산시장도 아니다. 짧은 기간 기적적으로 부산영화제를 세계적 영화제로 격상시킨 주역은 영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과 영화인,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성공적인 영화제를 위해 땀을 쏟았던 김동호 초대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이용관 전집행위원장, 프로그래머, 조직위 관계자들이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땀으로 만들어진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시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문제 있는 행태로 인해 파행적인 운영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을 하고 있다.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지원을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문화 지원의 대원칙을 지켜야 만이 부산국제영화제의 파행과 추락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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