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간의 세탁기 반덤핑 분쟁이 2차전에 돌입했다.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세계무역기구(WTO) 판정에서 패소한 미국이 상소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9일(현지시간) WTO 패널(소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WTO 상소 절차에 돌입했다.
WTO 패널은 지난달 11일 한ㆍ미 세탁기 반덤핑 분쟁과 관련해 ‘2013년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9~13%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조치는 WTO 협정에 위반된다’고 판정하고 패널 최종보고서를 회람시켰다. 패널 설치는 WTO 분쟁 해결 절차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패널보고서가 나온 것은 1차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이 결과에 불복하고 상소를 제기함에 따라 2차 분쟁 절차가 시작됐다. 상소 결과는 3개월 뒤에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상소 결과에 대해 예측하기 어렵지만 미국이 워낙 아픈 부분에서 패했기 때문에 상소 과정에서 미국이 대응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도 상소절차에 적극 대응해 패널 판정 내용을 방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WTO 분쟁해결기구(DSB)는 미국이 삼성전자ㆍLG전자의 세탁기 판매에 ‘표적덤핑(targeted dumping)+제로잉(zeroing)’ 방식을 교묘하게 섞어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것을 두고 WTO 협정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덤핑마진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뿐 아니라 높은 경우도 반영해 산정하도록 돼 있지만 미국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낮은 경우에만 이를 적용, 한국 등 수출국에 불리하게 계산되는 제로잉 방식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WTO가 제로잉 방식이 협정을 위반했다는 판정을 내리자 표적덤핑 개념을 도입하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
이번 세탁기 분쟁의 경우 미국은 블랙프라이데이 세일판매(표적 덤핑) 때는 제로잉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에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3년 8월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고, WTO는 우리 정부 승소 판정을 내렸
다. 미국이 ‘표적덤핑+제로잉’ 방식 문제로 WTO에서 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TO 패널은 보조금 분야 쟁점에서도 연구개발(R&D) 세액 공제가 사실상 특정 기업에 지급된 보조금이라는 미국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세탁기 제조사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는 보조금으로 인정했다.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 대한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다음주 초 WTO에 상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아울러 산업부는 이달 말 일본과 일본산 공기압 밸브 반덤핑 분쟁과 관련해 양자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달 15일 한국이 일본산 공기압 전송용 밸브에 덤핑방지관세를 부과 조치를 낼니 데 대해 WTO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 이는 패널로 구성된 WTO 소위원회에 무역 분쟁을 회부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로 정식 WTO 제소 직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산업부는 “이같은 일본의 요청에 응해 이달 말 양자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양자협의에서는 우리측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일본 측의 분쟁논리를 최대한 파악해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