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관심 못받던 ‘지향성 음향’
中 에이전트로부터 투자받아
‘음향대포’ 기술인정, 수출까지
내가 기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휴먼 네트워크다. 그 다음이 경쟁력이다. 휴먼 네트워크를 다시 표현하면 사람과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채워나가게 된다. 기술, 경영, 노하우, 판매, 국내·해외 마케팅 네트워크 등 기업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휴먼 네트워크에 포함된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한다면 한 덩어리의 큰 집합체가 된다. 개인의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해도 하나 된 집합체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대학 재학 시절 무수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카드설계사 아르바이트다. 당시 경험이 쌓이면서 똑같은 영업이지만 B2C 업무에서 B2B 업무로 바꿨고, 일반적인 영업 방식을 바꿔 또다시 전사에서 가맹점 모집 1위를 차지했다. 그때 한 달 급여가 3000만원에 달했다. 당시에는 점심을 거의 빵으로 때웠는데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식사하는 시간이 아까워서였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일하는 만큼 만족할 수 있는 대가와 대우를 받았기에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었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는 기존의 틀에서 생각하지 말고 역발상 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일을 많이 하라고 강요하지 말고 일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고, 벤처기업 문화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나는 국내 벤처회사에 입사한다. 요즘 유행하는 VR(가상현실) 관련 회사다. 판매 대상은 일반고객과 군·경찰이었다. 시뮬레이터 개발 회사인 그곳에서 나는 하드웨어를 담당했다. 이때 많은 주변 기술을 접하고 많은 업체의 기술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여러 악재와 회사의 재정 악화로 결국 퇴사하게 된다. 당시 접한 많은 기술은 내게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어느 정도 휴식 기간을 갖고, 양재동 오피스텔에서 첫 창업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사업자등록에서부터 사업계획서 작성까지 하나하나 시작했다. 처음부터 사업 아이템이 지향성 스피커는 아니었다. 초기 콘셉트는 VR였지만, 과연 시장성이 있겠느냐는 판단을 했고, 결국 특색있는 지향성 음향 기술에 집중하기로 했다.
요즘 말하는 금수저가 아니라면 누구나 사업 초기 자금 문제로 고민하게 된다. 우리 회사는 엔젤 투자자들을 통해 소액 자금을 조금씩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은 급여를 미루거나 절반씩 받으면서 고정비를 줄였다. 또 외부의 개발 프로젝트를 따와 그 수익을 운영비로 사용했다.
사업 아이템이 확실하거나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성공을 앞둔 기업이라면 투자자들이 많이 나서겠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아이템이거나 사업 초기라면 투자자를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아이템에 모험을 걸 만한 벤처 투자자가 없다. 초기에 소액을 투자하는 엔젤 투자만 있을 뿐이다.
‘한국형’ 벤처 투자란 리스크는 최소로 하고, 수익은 적당히 올린다는 의미다. 분산 투자보다 안정적인 회사에 모아주는 투자 방식이 대부분이다. 물론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과 벤처 활성화에 맞춰 초기 투자를 해주는 곳도 있지만, 그 역시 극소수라고 본다.
초기의 제이디솔루션은 중국 판매 에이전트로부터 투자 의향을 받게 된다. 직원들의 고생과 엔젤 투자자들의 도움에 힘입어 마침내 자체 개발한 판매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았고, 시장이 응답한 것이다. 투자 유치를 항상 힘들게만 진행해왔던 우리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당시 매출이 거의 없었던 상황이었으나 높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아 큰 자금을 유치하게 된다. 이후 우리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인력 충원과 기술 인수 등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공격적인 성장을 해나가게 된다.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군·경·정부를 상대로 먼 거리에 크고 뚜렷한 음성을 전달하는 고출력 스피커 사업과 민수시장을 대상으로 원하는 곳에만 소리가 들리게 하는 초지향성 스피커사업 등이다. 현재는 해외 10개국에 에이전트를 두고 제품 공급을 하고 있다.
2012년엔 고출력 지향성 스피커(흔히 음향대포라고 한다)를 해양에 접목하는 시도를 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해적방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 해양대학교를 졸업한 내가 제일 잘 아는 시장이었다. 미국 경쟁사가 해적 방어에 스피커를 활용한다는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단순 음향대포만 쏴서 상대방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강력한 출력으로 청각에 불편함을 줘서 상대방의 컨디션을 떨어뜨리는 용도 외에는 활용도와 필요성이 부족해 보였다. 이에 우리는 지향성에 IT를 접목한 해적방어 시스템(해상경계 감시방송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때 한국 선사들도 해적 문제로 고민하고 있어 타이밍이 잘 맞았다. 제이디솔루션은 제품 개발을, D조선해양은 선박 제공 및 기타 주변 기술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 공동 개발을 진행했다. 대기업의 적극적인 동반성장의 결과였다.
해적방어 시스템 납품 이후 국내외에서 제이디솔루션에 대한 신뢰도가 쌓이게 되고 수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후 해군에 대공 마이크, 해양경계 감시방송 시스템, 재난방송 시스템, 유해 조수퇴치 시스템 등을 납품했다. 2013년엔 창조경제대상 대통령상 수상·IT융합 기업인상 수상, 2014년 벤처 활성화 유공포상 대통령표창, 2015년 글로벌 서비스경영 대상 등 다양한 상까지 받으며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았다.
사업적 성공보다 내부소통 우선
결정 늦어지더라도 토론 늘리자
내가 원하는 건 직원들도 원한다
꿈을 함께 가지는 기업 꿈꿔요
사업적인 성공도 중요하지만 내부 소통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내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직원들과의 소통이다. 사업이 조금씩 성장하다 보면 사장은 내부보다 외부와의 소통을 우선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누구나 말하는 성장통을 겪게 된다. 이는 본인이 만들어 놓은 덫과 같다. 외형적인 성장보다 내실이 있어야 계단이 하나씩 균형 있게 만들어지지, 급격하게 성장하면 계단에 일정함이 없어 뒷걸음질할 때 뒤로 넘어지기 마련이다.
“결정 없는 토론이 토론 없는 결정보다 낫다.” 조셉 주버트가 한 말이다. CEO가 내부회의 없이 빠른 결정을 할 때 이를 카리스마나 빠른 판단력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득보다 실이 많다. 예전의 나는 전자에 가까웠지만, 요즘은 결정이 늦어지더라도 토론을 늘리려 한다.
이렇게 하면 내부 문제와 소통의 문제가 하나씩 보인다. 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CEO는 직원들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성장한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한 분야에 집중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최고의 경영자가 되려면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독이 될 수 있다. 경영학에서 제시하는 모든 요소를 갖출 수는 없지만, 기본지식 습득에 충실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배워 나가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영을 원한다면 외국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필수다. 이런 것들이 충족되면 리스크는 줄고 성장 속도는 증가하며 비용도 절감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건 직원들도 똑같이 원한다.” 사람들이 회사의 매출 목표를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직장을 다닐 때 꾼 꿈은 정원이 있는 좋은 집, 멋진 스포츠카,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자금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꿈은 내가 가졌던 꿈을 우리 직원들도 같이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직원이 최대한 많아지게 하는 것이 내가 많은 매출을 달성해야 하는 이유다.
<이력>
1999.03~2004.02 목포 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 공학부
2004.06~2007.06 Admanthos Shipping Agency(기관사)-USA/Newyork
2007.07~2009.10 ㈜슛업 기술개발팀(팀장)
2010.01~현재 ㈜제이디솔루션 대표이사
<대외활동>
아시아지속가능발전연구원 정책위원
미래창조과학부드림엔터 자문위원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발전위원회 정책위원
사단법인 벤처기업협회 임원
ETRI 기술평가위원
KETI 기술평가위원
<상훈>
2013.07 제9회 IT융합 기업인상(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2013.12 대한민국 창조경제대상 대통령상
2013.12 청년기업인상(나눔상 표창)
2013.12 올해의 IT융합 기업인상
2014.11 벤처 활성화 유공자포상 대통령표창
2015.03 Certificate of Congressional Recognition (US. House of Representatives)
2015.12 글로벌 서비스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