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절실했던 베트남 빅씨(Big C) 인수 "발 뺀 까닭은?"

입력 2016-04-2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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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합에 '승자의 저주' 우려..사업성 낮다 판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프랑스계 유통업체 카지노그룹의 베트남 자회사인 빅씨(Big C) 인수를 포기했다. 롯데쇼핑의 해외사업 손실폭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신 회장이 빅씨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으로 판단됐지만, 결국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해 발을 뺀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빅씨 인수 추진 여부를 다각적으로 검토했지만, 더이상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빅씨는 1998년 외국계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대형마트다. 현재 베트남 내 대형마트 32개와 편의점 10개, 인터넷 쇼핑몰을 갖고 있다. 베트남 국영기업이자 소매 유통업계의 강자로 꼽히는 사이공코퍼레이션에 이어 점포수 기준 2위 사업자다.

롯데쇼핑이 빅씨를 인수할 경우 베트남 할인점 업계 매출 1위 기업으로 도약한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 내 롯데마트 매출액은 2532억원이다. 여기에 빅씨의 매출액 7712억원을 합칠 경우 총 1조244억원 규모가 된다.

점포수로도 단숨에 업계 1위로 도약한다. 베트남 현지에서 빅씨는 대형마트 32개를 보유하고 있고, 롯데마트도 이달 오픈 예정인 고밥점을 포함해 12개 지점를 갖고 있어서다. 현재 베트남 할인점 매출 순위는 1위 꼽마트, 2위 빅씨, 3위 메트로다. 점포수로는 1위 꼽마트, 2위 Vin마트, 3위 빅씨다.

롯데쇼핑은 앞서 10일 빅씨의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빅씨 인수전에는 태국의 TCC그룹과 유통그룹 센트럴그룹 등 10여 곳이 참여해 롯데쇼핑과 치열한 경합을 예고했었다.

특히 신 회장은 적자투성이인 롯데쇼핑의 해외사업부문에 대해 반전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2015년 롯데쇼핑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해외사업 매출은 2조6570억원으로 롯데쇼핑 전체 매출의 8.8%를 차지한다. 반면 영업손실은 2380억원으로 해외사업을 제외한 영업이익의 21.7%를 훼손시켰다.

중국 사업은 최악이다. 롯데쇼핑은 2015년 4분기 중국사업에서 3695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일회성 비용을 포함하면, 작년 한해 손실액은 6075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접어든 베트남에 집중한다는 복안이었다.

전문가들 역시 빅씨 인수 효과를 긍정적으로 판단했었다. 롯데의 빅씨 예비입찰 참여 소식이 전해진 이후 김태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베트남 사업은 기존 초기 성장단계에서 본격 성장단계로 돌입했으며, 베트남 빅씨의 인수가 성사되면 규모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인수포기 이유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투자 대비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수전에서의 치열한 경합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승자의 저주도 예견됐었다. LIG투자증권은 글로벌하게 적용되는 유통기업의 인수가격(PSR 1배+경영권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9억 달러 이내에 사들여야 성공적 M&A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9~10억 달러 사이로 인수할 경우 적정가로 봤다. 반면, 10억 달러 이상에 인수하면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지 금융업계 및 국내 증권업계 등 따르면 현재 빅씨의 인수가격은 10억 달러 수준을 호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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