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직전 보유지분을 모두 팔아치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과 두 자녀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문제가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최 전 회장에 대한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지만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번 불거지는 기업 오너와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는 투자자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결정하기 전날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각한 최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회피를 했는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공시스템에 따르면 최 전 회장과 두 자녀 조유경, 조유홍 씨는 지난 8일부터 20일까지 보유하던 한진해운 주식 96만7927주(0.39%)를 총 18차례에 걸쳐 전량 매각했다. 각 매도일의 종가기준으로 매각금액은 약 30억5442만원이다.
이들이 지분 전량을 매도한 시점은 절묘하게도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직전이다. 이에 최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사전에 알고 손실을 회피하고자 주식을 처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한진그룹과 계열분리 신청을 하면서 작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보유 중인 한진해운 지분을 일정 시점까지 전량 매각하겠다’ 보고한 뒤 주식을 꾸준히 처분해 왔다는 것.
그러나 자조단은 최 회장 일가의 지분 처분 시점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 등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처분 경위와 주가 변동 내용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최 전 회장의 지분 매각은 금융당국의 의심뿐만 아니라 채권단의 ‘분노’(?)도 일으켰다. 한진해운에 대한 경영상의 책임이 있는 최 전 회장이 손실을 줄이고자 지분을 매각했다는 사실에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렸다는 것.
이에 채권단에서는 사재출연 등을 통해 최 전 회장의 채임을 묻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진해운은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에 지난 22일 오후 4시 23분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날 거래가 재개된 한진해운 장 초반 하한가인 1825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