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유일호 서브ㆍ이주열 토스ㆍ조양호 스파이크…한진해운 코트에 꽂힌 ‘금리인하 카드’

입력 2016-04-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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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의 빚을 안고 있는 한진해운이 오늘(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습니다. 유동성 위기에 3년 전부터 해외 사옥, 계열사 지분, 전용선 사업부 등 돈 될만한 건 다 팔았지만, 특단의 조치 없이는 경영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바로 되는 건 아닙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살펴본 뒤 대출만기를 연장해 줄지, 말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회사를 살리고자 하는 경영진의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추가 방안을 더 요구하겠죠.

업계에서는 최은영 전 회장의 사재출연이 거론되고 있네요.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자기 돈 300억원을 내놓은 현정은 회장처럼 최 회장도 분골쇄신하란 뜻입니다. 자율협약에 실패하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불가피합니다. 국내 1위 해운사의 운명은 5월 첫째 주 결론이 날 겁니다.

우리가 한진해운 자율협약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기준금리 인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10개월째 제자리(1.5%)에 머물며 서민들 가계부채에 부담을 주고 있는 그 녀석 말입니다. 지난주 기사를 순서대로 되짚어 볼까요?

△유일호 장관 “구조조정 속도 높이겠다”<1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서>
△이주열 총재 “금리인하ㆍ구조조정 함께 이뤄져야 효과 커”<1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서>
△김종인 대표 “적극적 구조조정 추진”<20일, 비상대책위원회서>
△안철수 대표 “거시적 구조개혁 필요”<20일, 마포 당사에서>
△조양호 회장 “경영권 포기…자율협약 신청”<22일, 한진해운 이사회서>
△이주열 총재, 1년 7개월 만에 서별관 회의 참석<24일, 청와대 경제현안회의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좀비기업 구조조정 '집도의'를 자처했습니다.(뉴시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좀비기업 구조조정 '집도의'를 자처했습니다.(뉴시스)

정부의 구조개혁과 한은의 통화정책은 공조를 이뤄야 합니다. 하모니가 중요하죠. 기업들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작정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전세살이 서러운데 이 기회에 집이나 사자”는 사람들이 늘면 시중 돈이 실물경제가 아닌 부동산으로 흘러가거든요. ‘1200조 가계부채 시한폭탄’에 기름을 붓는 격이죠.

따라서 금리인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한계기업을 도려내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좀비기업 구조조정↔기준금리 인하→줄어든 빚 부담→기업회생→일자리 증가→실물경기 회복’ 순환 고리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통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는 줄곧 “구조개혁과 통화정책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총선 전 여당의 ‘한국판 금리인하’ 주장에도 강하게 반대했죠.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정부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한은이 움직이지 않으니 정부가 나설 수 밖에요. ‘좀비기업 수술 집도의’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기로 했습니다. 실업문제와 연결돼 있어 기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던 야당도 이례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네요.

정부와 정치권 조율(?)이 끝나자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했습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말이죠. 소식을 전해 들은 이 총재는 ‘참석하면 무조건 내린다’는 경제현안회의(서별관 회의)까지 다녀왔다고 하네요.

정부와 한은, 정치권, 기업 모두가 ‘금리인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은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석 달 만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8%로 낮춰 잡았죠. 이래저래 당위성은 충분합니다. 참고로, 전문가들은 5월 혹은 6월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매파'로 통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줄곧 "구조개혁과 통화정책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뉴시스)
▲'매파'로 통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줄곧 "구조개혁과 통화정책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뉴시스)

구조조정과 기준금리, 이해가 좀 되나요?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가계부 ‘대출금’ 항목이 좀 가벼워질 겁니다. 좀비기업 정리만으로 일자리가 11만개나 늘어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도 희망적이네요. 빚 안 지고 살 수 없는 사회 구조에서 여러분들이 당분간 챙겨야 할 키워드는 ‘구조조정’입니다.

*친절한 용어 설명
자율협약이란, 기업과 채권단이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 계획에 포괄적 협약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나 법정관리(통합도산법)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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