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헛다리 짚은 정부정책… 한국 해운업 비극 불렀다

입력 2016-04-26 10:13 수정 2016-04-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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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실효성 없었다’ 비판

해운업계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정부의 무용지물 해운정책이 비극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의 늪에 빠진 해운업계를 위해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한결같이 ‘100% 실효성 없는 구멍 정책’이라는 분석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해운업에 대한 무관심, 무지에 따른 결과로 6년간 우왕좌왕한 정책들이 지금의 해운업 위기를 불러일으켰다는 냉혹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KAMCO 선박펀드 운영’ 제도를 내놓았다. 이는 총 33척의 중고선박을 4700억원에 매입 가능한 프로그램이었지만, 고금리가 적용돼 이를 유일하게 이용했던 한진해운(17척)도 결국 만기 이전에 선박을 반납하거나 폐선을 진행해야만 했다.

2013년 발표된 ‘회사채 시장 정상화 정책’은 대형선사를 위한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였다. 하지만 신규자금 투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회사채 연장 시, 20%의 높은 상환비율과 발행금리 상향(4~5%→10~12%)에 따른 고금리가 요구돼 회사 경영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같은해 정부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5년간 40조~50조원을 지원하겠다는 ‘선박금융 및 해양플랜트 지원 확대’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이 머스크 등 해외선사에 집중돼 국내 선사는 오히려 소외됐다. 좋은 조건의 금융지원을 받은 해외선사들은 국내 조선사에 투자해 선박을 대거 건조했으며 이는 결국 해운·조선업 위기를 초래했다. 2009년부터 정책금융기관의 해외선사 지원 실적은 약 108억 달러(약 12조4000억원)로 국내선사 지원 규모(19억 달러)보다 5배 이상 높았다.

아울러 정부가 해운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2014년부터 2년 연속 설립된 기구들 역시 무용지물론에 시달리고 있다. 2014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해양금융부서를 통합해 만든 ‘해양금융종합센터’는 여전히 3개 기관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게 업체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지난해 설립된 ‘한국해양보증보험’ 역시 턱없이 부족한 지원 규모와 까다로운 금융지원 기준, 모호한 지원대상 범위 등으로 실효성이 없어진 지 오래다.

뒤늦게 해운업의 위기를 감지한 정부가 지난해 말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업계에 실망감만 안겨줬다.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해운 업계에 지원하되 해운사에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선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800%에 육박하는 상황으로 현실성 없는 지원책”이라며 “400% 이하면 정부 지원을 아예 받을 필요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부의 현실성 떨어지는 지원책들은 수십조원 지원, 저금리 등으로 국적 선사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선진국의 정부 태도와 대조되는 모습”이라며 “지난 6년간 정부가 뒷짐지고 있는 동안 100개에 육박한 선사들이 적자로 허덕이다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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