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경련, 비겁한 침묵을 중단해야 할 때

입력 2016-04-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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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린 산업부 기자

20일 이른 아침,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자실은 부산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있었고, 간혹 고성이 나오는 전화 대화도 들렸다. 전경련이 2014년 벧엘선교복지재단 계좌를 통해 어버이연합에 1억2000만원을 입금했다는 보도가 전날 나왔기 때문이다.

보도 직후 기자들의 해명 요구가 이어졌지만, 전경련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확인해줄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변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바로 공식 입장”이라는 것뿐이었다.

사건이 알려지자 야권 3당은 진상조사에 나설 것임을 밝혔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경련을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어버이연합은 22일 “전경련이 벧엘복지재단에 지원한 1억2000만원은 노인 무료급식 등에 썼다”며 사실상 전경련에서 우회적으로 자금을 지원받았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전경련에서 어버이연합으로 흘러간 돈이 4억여원 더 있다는 보도가 새롭게 나왔다. 이에 따르면 전경련은 어버이연합 차명계좌를 통해 2012년 2월부터 2014년까지 약 3년간 총 5억2300만원을 송금했다. 이미 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보이는 재단에 전경련이 5억원 넘는 돈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져가고 있지만, 전경련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침묵은 말이 필요하지 않을 때 하는 행위다. 쓸데없는 말 대신, 당당하고 참된 진실을 전달하려 할 때 더 가치가 있다. 입을 열어 말해야 할 때 침묵을 고수하는 것은 책임 방기다. 전경련은 비겁한 침묵이 아니라 왜 지원을 했는지,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 어버이연합과 관련된 세간의 의혹에 대해 진솔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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