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 연비 조작 스캔들이 끝날 조짐은커녕 되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앞다퉈 미쓰비시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아이카와 데쓰로 미쓰비시차 사장은 26일(현지시간) 일본 국토교통성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1991년부터 25년간 법령에 정해진 것과 다른 방식으로 연비 데이터를 측정했다”고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심지어 일부 차종은 주행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아예 탁상에서 연비 데이터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카오 류고 부사장은 “직원들에 대한 실적 향상 압박이 있었다”며 “연비 조작은 회사가 내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연비 조작 파문이 터지고나서 매번 기자회견이 있을 때마다 부정행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장도 완전히 등을 돌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장 마감 후 이뤄졌지만 이미 투자자 사이에서 미쓰비시차가 1990년대부터 연비를 조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쿄증시에서 회사 주가는 9.6% 급락한 434엔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가는 연비 조작 파문이 터지기 직전인 29일 종가 864엔 대비 49.8% 떨어졌다. 불과 일주일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에 시가총액도 4230억 엔(약 4조4000억원)가량 증발했다.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아 이런 주가 하락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미쓰비시차는 지난 20일 경차 4종, 총 62만5000대에 대해 연비 조작 사실을 시인했다. 신문은 미쓰비시가 지난주 스캔들이 터졌을 때 2002년부터 지금까지 11개 차종에서 법령을 위반했다고 밝혔으나 그 기간이 25년으로 늘어난만큼 해당 차종은 수십 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씨비시차의 설명이나 대응 방안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는 평가다. 나카오 부사장은 “얼마나 많은 모델이 연비 조작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어째서 이렇게 오랜 기간 조작이 이뤄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이카와 사장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성은 이날 보고 내용이 불충분하다며 오는 5월 11일까지 현재 판매하는 전 차종에 대한 부정 여부를 조사해 다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한 국토교통성 담당자는 “미쓰비시의 보고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라며 “일본의 자동차 법령에 대한 신뢰성에 해를 끼쳤다”고 비판했다.
판매 대리점이나 부품업체 등 미쓰비시차 거래처에도 악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미쓰비시차와 직접 거래하는 기업은 일본에서 1356곳에 달하며 총 직원 수는 41만2876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