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내부 출신 임원들을 잇달아 금융 주요 계열사 요직에 선임하면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내로라하는 외부 전문가를 등용한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라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29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김용현 한화생명 전무를 새 수장으로 임명한다.
1968년생인 김 신임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학 로스쿨과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출신으로 미국계 유명 사모펀드인 칼라일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그는 2012년 한화생명에 영입된 이후 대체투자사업부 팀장을 맡아 한화생명의 PEF 투자를 이끌어왔다. 김 신임 대표와 함께 한화생명 김현우 지원부문장도 한화자산운용의 경영지원 담당 전무로 선임됐다.
이번 인사는 한화그룹이 2011년 푸르덴셜자산운용을 인수한 이후 5년간 통합 초대 CEO를 맡아온 강신우 대표가 한국투자공사(KIC) 운용총괄본부장(CIO)에 지원하고자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주진형 전 대표의 후임으로 삼성 방산부문 빅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여승주 한화그룹 부사장을 신임 대표에 임명한 바 있다.
여 대표는 취임 직후 지난 3월 외부에서 영입 한 주요 임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다. 실제 기존 3인의 부사장 가운데 외부 인사 출신인 박재황 경영지원담당 부사장, 정해근 세일즈앤트레이딩(S&T)부사장의 임기를 재연장 시키지 않았다. 이들은 영입 당시만 해도 각 분야에서 최고로 평가받던 전문가들이었으며 주진형 전 대표와 손발을 맞춘 브레인들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들 외부 출신 임원들의 대대적 물갈이 이후 증권의 내부 안살림을 차리는 경영지원본부장 자리에 한종석 한화그룹 경영지원본부장을 임명했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계열사 주요 보직에 내부 인사들을 중용해 새판 짜기에 나서는 행보와 관련, 주진형 트라우마가 일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시 주 전 대표가 그룹과 마찰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내상에 시달린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조직 문화에 특화된 내부 인사들을 주요 금융 계열사에 전면 배치 시킬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최근 단행된 금융 계열사 고위직 인사는 사의를 표명한 강신우 한화운용 대표 외에 모두 성과 위주로 진행한 것”이라며 “다소 부진한 영역에는 그간 최상의 성과를 낸 최적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