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에 발권력 동원?… 한은 “법 테두리 안에서”

입력 2016-04-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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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한은 역할론… 이주열 “위기상황 땐 직접적 지원”

한국판 양적완화가 이슈로 떠올랐다. 다만 실제 실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법 개정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여소야대로 구성된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당사자인 한국은행도 한은 스스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단 난색을 보이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해운과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재원 지원 부문에 대해서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요청이 오면’이라는 단서를 달며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임을 내비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한국형 양적완화 정책은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총선 참패로 꺼져가는 듯했던 한국판 양적완화에 불을 지폈다. 앞서 강봉균 새누리당 위원장은 4·13 총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한국판 양적완화’를 내건 바 있다. 내용인즉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해결을 위해 한은이 산업은행 채권(산금채)과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채권(MBS)을 인수토록 하자는 것이다. 결국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실제 논의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당장 총선 과정에서 야당이 이 정책에 대해 정면 비판한 바 있어서다. 다만 총선 후 야당에서도 구조조정 등을 주요 의제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20대 국회에서 합의점을 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한은, 수은출자·특별대출 등으로 지원할 듯…발권력 동원 논란은 부담 = 한은은 한은법 개정이 필요한 이 같은 안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취임 2주년 기념 간담회 자리에서 “중앙은행이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19일 이 총재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누가 보더라도 위기상황으로 생각하고 신용경색이 생긴다든가 우량기업조차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 오는 경우라면 (한은이) 보다 적극적, 직접적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주어진 법 테두리 안에서 한은이 구조조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이후 25일과 26일에도 한은은 “관련 법규와 중앙은행 기본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수행해 나가겠다”, “구체적인 요청이 오면 한은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해 보겠다”는 공식 입장을 연이어 내놓기도 했다.

결국 한은은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국제통화기금(BIS) 비율을 높이고 정부가 추진하는 해운과 조선업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법상 한은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수은 출자와 한은법 28조와 64조, 65조에 따른 특별대출 등이 있다.

다만 또 한은 발권력이냐는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성태 전 한은 총재는 27일 이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발권력을 동원해 지원한다면) 사회적 합의가 생략되는 것이다. 또 경영 및 산은, 수은의 관리감독 등 부실문제도 생략되는 것”이라며 “구조조정에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국가운용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를 의식하듯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구조조정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 앞서간 추론”이라면서도 “구조조정안이 확정돼야 한은도 어떻게 얼마나 지원할지를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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