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과 포스코그룹 계열사가 입주해 있는 인천 송도사옥 ‘포스코 E&C타워’의 헐값 매각 결정을 놓고 석연찮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신탁 기준 자산가치가 4600억원이 이르는 포스코 E&C타워 최대주주인 테라피앤디가 매각 목표가로 3800억원을 설정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포스코 E&C타워의 지배권을 놓고 포스코건설과 시행·임대 관리업체인 테라피앤디 간의 불편한 연결고리가 형성된 가운데, 프로젝트 시행부터 매각까지 의혹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상황이다. 앞서 포스코건설과 테라피앤디 측은 포스코 E&C타워 매각 주관사로 EY한영회계법인을 선정했다.
양사는 매각 이유로 포스코 E&C타워 건설 당시 금융권에서 조달한 3566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상환이라고 밝혔다. 테라피앤디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에서 매각을 제안해 동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매각 목표 가격은 3566억원의 ABCP를 상환하고 매각 수수료 등을 고려해 3800억원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측은 “최대주주의 매각 목표가는 포스코건설과는 무관하고 내용 파악도 안된다”며 “이번 매각은 2008년 3월 테라피앤디와 작성한 공동사업약정서 만료를 앞두고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다가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포스코 E&C타워 프로젝트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포스코건설이 2008년 포스코 E&C타워의 소유자인 특수목적법인(SPC) 피에스아이비 주식 51%를 테라피앤디에 5억1000만원에 넘기면서 불거졌다. 당시 1억원에 불과한 피에스아이비 자본금을 10억원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테라피앤디가 5억1000만원을 투자하고, 자산가치 4600억원 규모 포스코 E&C타워의 실질적 주인이 된 것이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이 건물에서 발생한 임대료 수익 1500억원 역시 피에스아이비를 통해 대주주인 테라피앤디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또 올해 1조1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된 포스코건설이 이 건물을 매각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포스코건설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해 막대한 현금을 확보했다. 이 계약으로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은 각각 8400억원, 4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가 E&C타워를 건설하고도 지배권을 임대업자에게 넘겨준 것 자체가 문제의 출발”이라며 “수상한 테라피앤디와의 거래를 묻기 위해 매각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