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발목잡힌 삼성물산 2분기 연속 적자···정상화 언제쯤?

입력 2016-04-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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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어닝쇼크 수준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옛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 이후 진행된 3차례의 분기실적 공개에서 2분기 연속 적자 기록이다. 해외 건설사업장의 잠재 손실이 추가 반영된 영향이 컸다.

삼성물산은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손실이 전 분기보다 3457억원 확대된 4348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조 4870억, 당기순손실은 5166억원이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10% 넘게 빠졌고, 순손실은 219% 확대됐다.

이번 어닝쇼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건설부문의 부진이다. 상사와 바이오사업 매출이 전 분기보다 각각 0.34%(90억원), 83%(400억원)증가하고 패션·리조트·바이오 부문이 각각 10.6%(570억원), 11.6%(690억원) 감소하는 사이 건설부문은 20%에 가까운(7000억원) 감소폭을 보이며 2조 7930억원을 기록했다. 건설부문 영업손실은 전분기보다 무려 200% 확대됐다. 지난해 3분기 2960억원에서 4분기 1380억원으로 다소 개선됐지만 올해 1분기 4150억원으로 대폭 악화됐다.

건설부문의 이같은 실적 악화는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한 25개 프로젝트에서 약 3600억원의 비용을 원가에 선반영해서다. 지난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사용한 퇴직위로금 등의 영향으로 판관비도 증가했다.

삼성물산 관계는 "전체 매출은 건설부문의 주요 프로젝트의 종료와 패션·리조트부문의 계절적 요인 등이 작용해 감소했다"며 "해외에서 수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손익 관리 기준이 강화돼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실적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행 중인 타다울 타워 공사의 공기지연에 따른 비용과 카타르 도로 프로젝트 미확정 공사설계변경의 원가 상승 요인 등 약 4건의 해외사업 손실분이 선반영됐다.

2012년 9월 계약이 이뤄진 사우디 타다울타워(증권거래소 빌딩) 프로젝트는 지난해부터 공사금액 지급에 차질이 생겨 피해가 커졌다. 당초 올 1월 준공 예정이었던 이 공사는 오는 2018년 4월로 준공일을 미뤘지만 이 역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이 사업장의 손실규모액은 약 350억원으로 잡혔다.

지하철 역사를 짓는 '카타르 도하 메트로42' 프로젝트의 경우 발주처(Qatar Railways Company)가 자신들이 지정하는 협력업체와의 공사진행을 요구하며 생산성이 저하된 것이 원가 상승 발생의 원인이 됐다. 손실규모 반영액은 약 700억원이다. 79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의 계약기간은 2018년 6월 30일이다.

또 1600억원 규모의 카타르 루사일 교량 프로젝트와 알제리 메가딜 복합화력 발전소 프로젝트 사업장에서 발생한 발주처의 설계 인허가 문제와 공기지연 등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두 사업장의 손실 규모는 각각 약 500억원, 250억원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강화 추세를 고려해 투입금을 과거처럼 매출이 아닌 손실로 선반영하게 됐다"며 "원가 상승 요인을 손실에 바로 반영하고, 이후에 발생하는 수익은 확정된 시점에 인식하는 방식으로 손익 관리 기준을 강화한 것이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이미 지난해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로 대규모 손실을 경험했다. 공사비만 56억5000만 호주달러(약 6조5000억원)인 이 공사는 지난해 말 준공예정이었지만 공기가 지연돼 아직까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이 로이힐 프로젝트로 입은 손실규모는 영업이익을 일부 반영 해도 약 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호주 사업과 카자흐스탄 발하쉬 발전소 프로젝트의 예상손실과 우발부채를 합해 1조원 대의 손실을 선반영한 바 있다.

회사 측이 해외사업의 잠재손실을 지난해 대거 반영한 만큼 올해 1분기 실적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다른 해외사업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앞으로의 개선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실적이 올해부터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에 대응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번 실적에서 건설부문의 투명성을 강조한 만큼 2분기 건설부문의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40조원 가량으로 기록된 수주잔고와 신규수주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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