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벌·광해·암살·변호인… 영화로 읽는 한국사

입력 2016-04-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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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나의 한국사 편력기’ 영화 19편 담아… 대사 하나, 장면 하나에서 역사적 사실 캐내

“나는 비록 빼앗고 훔칠지언정 내 군사들은 살려야겠소.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 소중하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가짜 광해군(이병헌 분)이 신하들에게 외친 이 대사는 1200만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역사를 잘 몰랐던 관객이라도 ‘광해’를 보면 광해군과 대동법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저자 박준영은 영화를 통해 한국사를 쉽게 풀어주는 ‘나의 한국사 편력기’를 출간하고 한국사의 나들목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최소한 옳고 그름 정도는 자기 목소리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교양인’이 되기 위해선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사에 대한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역사 공부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쉽게 역사를 접할 방법은 있다. 많은 영화감독은 한국사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를 제작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명량’은 약 1700만 관객을 동원한 역대 박스오피스 1위 영화다. 2위인 ‘국제시장’(약 1400만명)을 비롯해 ‘암살’, ‘광해’(이상 약 1200만명), ‘변호인’(약 1100만명) 등 1000만 관객을 넘긴 역사 소재의 영화는 수두룩하다.

저자는 ‘역사책은 읽지 않아도 영화는 본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라면 대부분 한 번쯤 봤겠지’라는 생각으로 쉽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다가가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결국 어렵고 힘든 부분이 나와도 재미를 갖고 극복해낼 수 있다고 믿은 저자는 영화의 한 장면을 통해 ‘생생한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책은 총 19편의 영화를 담았다. 삼국시대를 다룬 ‘황산벌’과 ‘평양성’을 시작으로 고려시대(쌍화점), 조선시대(관상·명량·광해 등 9편), 일제강점기(대호·암살)를 거쳐 근현대사(화려한 휴가·변호인 등 5편)까지 자연스럽게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정리했다. 영화 속 대사가 지나간 감동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동안, 저자는 장면마다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짚는다.

물론, 사극 영화의 내용 모두가 역사적 사실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사실을 뒤집고, 비틀며, 희화화하기도 한다. 때문에 저자는 고려 속요, 시조, 역사서 등을 인용하는 동시에 자신의 역사적 지식을 동원해 독자의 올바른 이해를 도왔다.

저자 박준영은 “책을 읽고 역사에 관심이 생겨 더 전문적 역사서를 뒤적거리게 되거나, 사극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서문을 썼다. 방송작가와 신문 문화산업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그가 영화와 역사를 조합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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