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명의의 계좌를 무단으로 개설한 뒤 수십억원을 가로챈 증권사 직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이재석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IBK투자증권 직원 김모(36) 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김 씨가 피해자 명의로 발급받은 증권카드와 도장, 자산관리(WM)센터 명판, 자산관리센터 지점장 인장 등에 대한 몰수명령도 내려졌다.
김 씨는 2013년 선물 및 옵션투자를 하다 실패했다. 입사 5년차에 접어들던 해였다. 김 씨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고객 김모 씨 등 5명에게 "위험성이 낮고 수익성이 높은 시스템 매매상품에 투자를 하라"며 권유했다. 김 씨는 이렇게 투자받은 돈 9억여원을 개인 투자에 사용했다.
이후 김 씨의 범행은 더 과감해졌다. 김 씨는 고객 증권카드를 보관하고 있다가 고객 계좌에 있는 돈을 임의로 인출하는 방법으로 14억 9000여만원을 가로챘다. 김 씨는 결국 피해자의 민원으로 덜미가 잡혔고, 사기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 씨가 옵션거래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빼앗은 돈을 개인 투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들의 돈을 빼앗기 위해 공범들을 동원해 또다른 범죄를 저지르거나 범행이 발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짓 잔고증명서 등을 작성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일부 피해액을 갚았고 자수한 점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씨가 피해자에게 4400여만원을 변제했다고 주장하지만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자 내지는 수익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고,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민원으로 범행이 발각돼 사내조사를 받고 직원들과 동행해 수사기관에 출석했으므로 자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