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공백 2년… ‘실용·혁신’ 이재용 컬러 입은 ‘뉴 삼성’

입력 2016-05-03 08:40 수정 2016-05-0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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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화학 계열사 매각 등 ‘선택과 집중’… 실리콘밸리식 창의·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의전은 최소폭으로 줄인다. 업무 보고시 단계를 축소해 필요할 경우 임원과 직접 소통한다.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한다.”

삼성이 변했다. 지난 2년여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진두지휘하면서 삼성은 ‘실용’과 ‘혁신’을 두 축으로 ‘뉴 삼성’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고 있는 만큼 미래 삼성에 대한 이재용 본인의 목소리를 드러낸 적은 없지만, 그간 행보를 미뤄볼 때 그가 그리는 새로운 삼성이 점차 윤곽을 잡아가는 양상이다. 조직문화와 사업 등 내외부 정비를 2년 째 지속하고 있는 이재용의 삼성이 ‘제2의 반도체’, ‘포스트(post) 스마트폰’ 신화를 만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현장·소통’ 이재용… “잘 하는 것에 주력” = 2014년 5월 1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 경영 전면에 나섰을 당시 외신들은 삼성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불안한 승계”라는 비평 일색이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폭넓은 대외행보와 이에 따른 사업적 결실이 하나 둘 나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문제가 생기면 현장으로 달려가 대화와 소통으로 최적의 답을 찾는 이 부회장의 경영행보로 삼성은 경쟁 업체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비주력 사업은 정리한 반면, 신사업은 보강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평소 대화 나누길 좋아하고 현안이 생기면 전문 경영인들과 스스럼 없이 통화해 해결방안을 찾는다”고 말했다.

2014년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개최된 ‘앨런앤코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이 부회장과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있는 장면이 포착된 후 한 달여 뒤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 외 국가에서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같은 해 9월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만나 특허분쟁 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등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불안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냈다. 2014년 11월 방산·석유화학 계열사 4곳을 한화그룹에 매각했고, 이듬해 10월에는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의 케미칼사업 부문을 롯데그룹에 넘겼다. 최근에는 광고계열사 제일기획의 매각 건이 진행 중이다. ‘전자·바이오·금융’을 3대 축으로,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부품계열사들은 자동차 전장사업을 신사업으로 삼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또 하나의 성장축인 바이오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18만ℓ 규모의 제3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3공장이 완공되면 삼성은 총 36만ℓ 규모의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의약품 위탁생산 회사(CMO)로 도약하게 된다. 특히 지난해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바이오 사업은 한층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의 바이오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총 51.2%의 지분을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이며, 사실상 지주회사인 이 회사 최대주주는 바로 이 부회장(16.5%)이다.

‘금융의 삼성전자’를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은 중국 등 글로벌 금융 업계 경영진들을 잇따라 만나며 금융 사업 및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핀테크(금융+IT) 사업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 2014년 10월 승지원에서 중국과 일본의 손해보험 업계 유력인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연 것을 시작으로 이 부회장은 최근까지 금융권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펼쳤다.

지난해 2월 미국에서 열린 ‘비즈니스 카운슬’에서 마스터·비씨 등 2~3개 카드회사 대표들을 잇따라 만났고, 그해 3월 중국 보아오포럼 참석차 떠난 출장길에서 중국 최대 국영기업 시틱그룹 창쩐밍 동사장을 만나 금융 부문 협력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 실용주의 이재용… 지속적 혁신조직으로 탈바꿈 = 이 부회장은 사업조직 등 삼성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조직문화에도 변화를 주문했다. 의전을 두지 않고 여행 가방 하나 만으로 출장을 가는 등 이 부회장 본인부터 불필요한 관행 타파에 나서고 있다. 이는 각 계열사 및 사업부 주요 임원들의 출장 및 행사 의전에도 점차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식 조직문화 구축 작업도 진행 중이다. 창의적인 업무 환경 조성이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이 부회장의 생각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가진 삼성전자는 기존 5단계의 직급체계를 4단계로 단순화하고 직무·역할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하는 한편 호칭도 수평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지속적 혁신을 위한 삼성의 또 하나의 카드는 외부 수혈이다. 과거 내부 역량만으로 경쟁력을 키웠다면 지금은 적극적 M&A(인수합병) 및 국내외 ‘신기술 벤처’와의 협력을 통해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 CEO들과 두루 친분을 맺고 있는 이 부회장은 글로벌 인맥과 외부기술 도입에 대한 유연한 사고 등을 바탕으로 삼성의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10여곳이 넘는 해외 기업을 인수했다. 타깃은 새로운 성장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IoT(사물인터넷)와 전자결제, 소프트웨어 및 B2B(기업 간 거래) 업체다. 2014년 8월과 2015년 2월 각각 인수한 미국 스타트업 IoT 업체 스마트싱스의 IoT 기술과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의 ‘삼성 페이’기능은 삼성전자 가전과 스마트폰 사업을 견인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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