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생각] 동북아지역의 천연가스 협력이 필요하다

입력 2016-05-04 10:30 수정 2016-05-0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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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요즘 신사들은 셔츠를 매일 갈아입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난방이나 취사 연료로 연탄을 사용했던 20여 년 전만 해도 어림없던 일이다. 하지만 천연가스가 난방, 취사뿐만 아니라 일부 수송연료까지 대체하면서 대기환경이 크게 개선돼 가능해졌다.

이제 천연가스는 가정뿐만 아니라 발전소에서의 전기 생산, 산업부문에서의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쓰이는 중추적 에너지원이 됐다.

1986년 10월 31일 5만7300톤의 액화천연가스(LNG)가 평택인수기지에 처음 도착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천연가스 시대가 열렸다. 천연가스 도입량은 매해 증가해 2014년엔 연간 3700만 톤에 이르렀으며 일본과 함께 세계 최대의 LNG 수입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도 천연가스 이용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면서 한ㆍ중ㆍ일 동북아 국가들이 전 세계 LNG 소비량의 75%를 차지하는 소비시장의 절대강자가 됐다.

그럼에도 그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 지역 국가들은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데 불공정거래를 강요받아 왔다. 국제시장 가격보다 30% 정도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소위 ‘아시안 프리미엄’을 감수해야 했다. 거래계약 측면에서도 하역지 변경을 불허하는 목적지 조항이나 계약물량에 대해서는 도입 유무에 상관없이 대금을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의무인수 조항 등과 같은 불공정 계약 조건도 받아들여야 했다. 이 같은 불공정한 거래가 가능했던 이유는 세계 가스 시장이 공급자 우위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가스 수급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국들은 우선적으로 필요한 물량 확보를 위해 다소간의 불리한 조건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셰일혁명으로 촉발된 국제 천연가스 시장에서의 공급량이 늘면서 시장구조는 이제 공급자 우위에서 소비자 우위로 바뀌고 있다. 대부분 장기 계약으로 이뤄졌던 도입 계약이 최근 들어 점차 단기 계약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가격 조건도 다양화되고 있는 것은 세계 천연가스 시장에서의 변화를 나타내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표한 ‘세계에너지전망 2014(World Energy Outlook 2014)’에 따르면 2040년에도 여전히 화석연료가 주 에너지원이 될 것이며, 그중 천연가스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연가스는 특히 다른 화석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탄소경제에서 저탄소경제로의 이행을 원활하게 연계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천연가스 수요는 2035년까지 연평균 1.93% 늘어 2011년 대비 58.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천연가스 시장의 변화는 그동안 동북아 지역에 적용되었던 비정상적 거래 관행을 정상적 거래 관행으로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스 거래의 정상화는 수출국에도 유리할 수 있다. 불공정 가스 거래는 수입국의 국내시장에서 가스의 가격경쟁력을 잃게 해 가스 수요 증가의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동북아 지역의 가스 거래 정상화는 국가별로 접근하는 것보다 역내 국가들이 서로 협력해 공동 대처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임은 당연하다. 그동안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졌을 때 사안에 따라 일본, 중국과 협력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동북아 가스 협력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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