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이 담판 짓고 품은 한섬, 면세점 뚫고 중국도 간다

입력 2016-05-0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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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 불황속 나홀로 성장, 내년 중국 직진출 검토·2018년 연매출 1조 도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첫 M&A(인수·합병) 작품 ‘한섬’의 성장세가 거침없다. 패션업계 불황 속 나홀로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면세점에도 둥지를 틀면서 ‘패션 명가’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주위의 만류에도 뚝심있게 한섬 인수를 밀어붙인 뒤 정 부회장의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고급화·명품화 전략이 이 같은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성장세를 발판으로 정 부회장은 내년에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 ‘패션 한류 기업’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4일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한섬은 최근 신라아이파크면세점 명품관에 한섬 브랜드 전용몰인 ‘더한섬’을 열었다. 한섬이 면세점에 입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 면세점의 명품관 입점 업체 중 국내업체는 한섬이 유일하다. 영업망 다각화와 국내를 방문한 해외 고객들에게 한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면세점에 입점했다는 게 한섬 측 설명이다.

한섬의 면세점 명품관 진출은 HDC신라면세점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사이에서 ‘타임’과 ‘마인’ 등 한섬 여성복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면세점 측이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한섬은 면세점에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된 편집숍 형태의 매장 운영을 통해 내년에 중국 진출에 대한 로드맵을 구상할 예정이다. 올 연말 SK네트웍스가 보유한 한섬의 중국 독점 판권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중국 공략 시점은 2017년이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내년 이후에 중국 진출 계획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한섬’을 대표 K-력셔리 패션기업으로 키워 ‘2018년 매출 1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한섬은 지난해 매출액이 6168억원으로 전년보다 20.9% 늘었다. 영업이익도 29.6% 증가한 661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토종업체 대부분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실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국내 대기업 패션 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나홀로 성장했다.

한섬의 가파른 성장 배경에는 정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와 체질 개선이 원동력이 됐다. 패션산업의 침체로 SPA(제조·유통·판매 일괄) 브랜드가 주목 받으면서 고가 브랜드를 내세운 한섬은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백화점그룹에 안긴 이후에도 줄곧 매출과 영업이익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정 회장의 첫 M&A 작품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섬은 인수가격 차이를 놓고 한 차례 협상이 결렬되자 정 회장이 직접 정재봉 한섬 사장을 만나 협상을 담판 짓고 얻은 첫 M&A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섬의 실적 악화는 정 회장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주위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 회장의 뚝심있는 투자는 지속됐다.

브랜드 수를 늘리고, 디자인에 주력하면서 브랜드 고급화 전략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브랜드 수는 2011년 인수 전 12개에서 30개로 확대됐으며, 매장 수도 390여개에서 600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정 회장은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섬은 연내 최고급 여성복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할 예정이며, 경기도 이천에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도 신설 중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섬의 브랜드 시스템과 시스템옴므가 이미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면세점 입점과 중국 현지 진출 등으로 앞으로 한섬은 ‘내수기업’에서 ‘중국 관련 기업’으로 진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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