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부실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것은 실무진의 책임이다.”
포스코 그룹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양(67) 전 회장이 첫 공판기일에 나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도형 부장판사)는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 대한 첫 번째 공판 기일을 열었다. 네 차례 준비기일을 거쳐 본격적인 첫 재판인 만큼 검찰과 변호인 측은 열띤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이날 정 전 회장과 전모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장이 공모해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했고, 이로 인해 포스코가 1592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정 전 회장 등이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투자관리규정을 위반하고, 인수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정 전 회장이 성진지오텍을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인수하고, 인수 관련 중요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변호인은 “정 전 회장은 당시 포스코와 그룹계열사를 총괄하는 직무를 맡았을 뿐, 인수합병 관련 실무는 전 본부장에게 위임했다”고 반박했다. 인수타당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집행하는 것은 실무진의 임무이지 정 전 회장의 일이 아니라는 게 변호인의 설명이다.
정 전 회장 측은 또 “성진지오텍 인수는 포스코의 경영전략인 사업다각화를 위해 진행한 것”이라며 “성진지오텍 인수가 포스코의 특수강 철강 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 전 회장 측은 “전정도 성진지오텍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지도 않았으며 편익을 누린 것도 없다”며 “포스코에 손실을 끼치면서까지 전 회장에게 이익을 줄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증거조사를 벌인 뒤 16일 2차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다음 기일에는 검찰 측 증인이 나서 정 전 회장의 범행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정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 인수 관련 배임 혐의 외에도 2009년 포스코 신제강 공사 청탁을 하며 이상득(81) 전 새누리당 의원 측근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재판부는 정 전 회장과 이 전 의원에 대한 심리를 병행해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