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책임론 확산… PHMG 옥시에 유통되는지 왜 몰랐나

입력 2016-05-10 09:48 수정 2017-01-2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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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가습기살균제 원료공급사인 SK케미컬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가습기살균제 원료공급사인 SK케미컬을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 물질을 납품한 SK케미칼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를 제공하거나 제품을 제조해 유통업체에 납품해왔다. 특히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은 SK케미칼이 생산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로 만들어졌다. 이에 SK케미칼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SK케미칼이 원료 도매업체인 CDI에 PHMG를 판매했고, 이 업체가 옥시의 OEM(주문자위탁생산)업체인 한빛화학에 이를 재판매했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SK케미칼도 피해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SK케미칼 전현직 임원 14명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PHMG는 러시아의 한 화학업체에서 개발한 특허물질이며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서 SK케미칼이 2000년부터 국내로 들여와 판매를 시작했다. CDI는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 때부터 거래해온 업체로 현재 PHMG 외 십여 개의 화학물질을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PHMG가 옥시에 유통되는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PHMG를 들여오긴 했지만 이를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에 직접 공급하지 않았고, 생산하는 수십종의 화학물질 중 PHMG는 판매량과 매출이 높지 않은 소규모 제품이기 때문에 어디로 유통되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SK케미칼에서 PHMG의 매출은 연간 약 4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SK케미칼이 PHMG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2003년 SK케미칼 호주법인인 SK글로벌이 호주에 PHMG를 판매하기 위해 신청한 서류에는 “PHMG를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서류는 SK케미칼이 PHMG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방관했다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한국환경단체협의회 김선홍 사무총장은 “SK케미칼이 인체 유해성을 알면서 PHMG를 공급했다면 이번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SK케미칼이 2003년 호주에 수출하려고 했던 PHMG는 분말형태의 제품이다. 이에 SK케미칼은 호주의 산업용화학물질평가제도(NICNAS) 자료를 인용해 제품의 입자가 흡입할 수 있는 범위인 20∼40마이크로 미터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분말형태의 제품을 흡입할 위험성이 크다고 기재해 제품의 흡입 위험성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PHMG이외에도 SK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생산한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메이트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SK케미칼은 가습기메이트를 생산해 2001년부터 애경산업에 공급하고 있다.

가습기메이트는 PHMG가 아닌 CMIT와 MIT를 사용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CMIT와 MIT는 폐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CMIT와 MIT 피해자는 167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37명으로 해당 물질에 대한 유해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10일 옥시레킷벤키저 등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 직원 김모씨 등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해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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