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부실기업 살리려 결국 또 ‘혈세’

입력 2016-05-1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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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부 차장

조선·해운 업종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 방향이 과거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사태를 키운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 지원이 먼저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독에 물부터 부어 넣을 기세다.

공적 자금이 투입됐던 많은 기업에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국민의 혈세’가 동원된다. 그저 땜질식 처방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지난해 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 방안이 확정됐다. 앞서 정부와 채권단은 오는 2019년까지 선수급 환급보증(RG), 운영 자금 등으로 신규 자금을 지원하면서 올해 100억 달러 수주를 전제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달 말까지 3조6100억원이 투입될 동안 신규 수주는 사실상 하나도 없었다. 다급해진 채권단은 대우조선 측에 더욱 강력한 자구계획 수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자회사인 만큼 이번 지원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은의 자본금은 국민의 세금이 기반이다. 민간 기업의 계열사 지원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우조선과 함께 조선 대형 3사로 분류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이 모두 뼈를 깎는 자구안 마련 중이다.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수주가 급감해 선박 건조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잠정 폐쇄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에 총 11개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이 각각 3개, 4개를 가동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또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비핵심자산 매각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긴축 방안을 담은 자구계획을 조만간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곧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체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담은 자구책을 낼 예정이다.

우리나라 선박 건조 기술이 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장기 불황을 이겨내진 못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해운 업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업황 부진은 결국 국내 1, 2위 해운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문제는 이들 해운사 부채의 70% 이상을 국책은행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은 5% 미만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이들 해운사가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해 자율협약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또 다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를 쏟아부어야 할는지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통해 곧 결정된다. 조선·해운 업종 구조조정을 위해서 수조원에서 십수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지만, 현재로썬 정부와 한국은행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추경예산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시간이 걸리고, 한은이 산업은행채(산은채)를 사들이려면 법 개정이 필요해 후순위로 밀려났다. 산은과 수은이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하고 한은이 사들이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한은이 발권력 동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추경예산이든 한은의 발권력이든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조선·해운 업종에 구멍이 뚫렸지만 그대로 방치하다 사태를 키웠다. 선제적인 대응 실패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우리 국민 한명 한명이 고통분담을 하는 셈이다. 부실기업 경영진과 국책은행, 감독당국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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