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정책 차별화 가능성에 환율·채권 요동①

입력 2016-05-1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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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4거래일 연속 상승 ‘2개월만 최고’

한국과 미국간 엇갈린 통화정책 기대감에 환율과 채권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5개월만에 최저치에서 2개월만에 최고치로 급반전 했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통안채 2년물에서 국고채 5년물까지 사상최저치를 연출했다.

한국은 한국형 양적완화로 알려진 해운과 조선업종 구조조정에 한국은행이 발권력 동원은 물론 기준금리 인하까지도 병행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중이다. 반면 미국은 대표적 비둘기파(통화완화)로 알려진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내 두 번의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연준(Fed) 금리인상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6.8원 상승한 117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3월17일 1173.3원 이후 2개월여만에 최고치다. 아울러 최근 4거래일동안 34.8원이나 급등한 것이다.

반면 원·달러는 불과 20일전인 지난달 21일 1132.9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작년 11월4일 1132.0원 이후 5개월 보름만에 최저치를 경신한바 있다.

(한국은행, 체크)
(한국은행, 체크)
◇ 미 금리인상 시사+엔화 강세 되돌림에 달러 강세 = 이처럼 원·달러가 급등한데는 우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인 때문이다. 최근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가 정책금리를 연내 두 번 인상하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한데 이어,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올해 두세 차례 인상하는게 합리적이라고 밝힌 것이 촉매제가 됐다. 이에 따라 6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하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의결권이 있는 더들리 총재가 금리인상을 언급하면서 달러 강세의 촉매제가 됐다”고 전했다.

미국 환율보고서가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5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우려했던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비켜갔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재무상이 미국의 관찰대상국 지정과 관련해 환율정책에 영향을 안준다고 발언한 것도 영향을 줬다. 환율개입에 대한 간접적 신호로 받아드려지면서 엔화 강세 달러 약세 흐름이 반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잖아도 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도 반등할 수 있다는 시각들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실제 10일 달러·엔 환율은 109.10엔까지 치솟았다. 지난 3일에는 105.89엔까지 떨어지며 2014년 10월16일 105.711엔 이후 1년6개월만에 가장 낮았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 한국형 양적완화에 금리인하 기대 = 대내적으로는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원·달러 상승요인이다. 현재 한국형 양적완화로 불리는 해운과 조선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서다. 이미 기획재정부와 한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으로 구성된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가 꾸려졌고, 6월까지는 결론을 내기로 한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정책도 재정정책, 구조조정 정책과 같이 가야만 효과가 크다”고 밝힌바 있다. 사실상 추가 금리인하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편성 등 재정정책이나 한국형 양적완화와 같은 구조조정과 연계 시킨 것이다. 지난 4일 이투데이가 채권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명이 빠르면 5월에서 늦어도 3분기(7~9월) 중 금리인하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이밖에도 중국경제 불안 지속가능성과 6월 영국의 유로존이탈(브렉시트, Brexit) 우려, 중국 본토주식의 모건스탠리 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 편입 가능성 등이 최근 원·달러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 1180원이 단기 균형 =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 외국계은행 본부장은 “한은의 5월 금리인하 가능성 등을 비롯해 달러매수를 자극할만한 요인들이 많다. 원·달러 상단에서 달러를 매도하기 보다는 하단에서 저가매수 하겠다는 심리들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13일로 다가온 한은 5월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이 결정될 경우 실망감에 원·달러가 단기고점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건형 이코노미스트는 “13일 금통위 금리결정과 별개로 원·달러가 이미 인하를 선반영하고 있다”며 “금리인하가 없을 경우 실망매물이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의 단기고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금리인상 여부와 속도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1180원대가 단기균형일 것이란 관측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월에 미국 금리인상이 미뤄지면서 달러 강세가 주춤했었다. 최근 이를 되돌림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타 국가와 통화정책상 차별화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가 관건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북한리스크나 중국 위안화의 큰 폭 절하 등 돌발변수가 없는 이상 원·달러는 1180원에서 적정환율로 균형을 잡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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