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영화왕국’ 명성 부활했나

입력 2016-05-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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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1위 눈앞·흥행수입 최단 기간 10억 달러 돌파…다만 영화 외 부문 부진·CEO 교체 리스크 해소는 과제

▲디즈니 신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한 장면.
▲디즈니 신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한 장면.

내놓는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한 미국 월트디즈니가 영화 왕국으로서의 명성을 완전히 되찾았다.

디즈니의 흥행 수입은 올들어 사상 최고 속도로 늘고 있다. 올들어 기록한 흥행 수입은 10억 달러로 2003년 이후 13년 만에 할리우드 박스 오피스 1위 자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언론들은 2006년 픽사 인수로 시작된 기업 인수·합병(M&A)이 드디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애널리스트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픽사를 인수한 이래 27개 작품을 개봉해 평균 7억7000만 달러 벌었다”며 “대박 기록 행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18일 개봉한 SF 시리즈 ‘스타워즈-깨어난 포스’와 3월 개봉한 동물들의 낙원을 테마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 등의 인기에 힘입어 2분기 영화 부문 매출은 22%나 늘었다. 영업이익도 27% 증가했다. 디즈니의 회계연도 상반기에 해당하는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개월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60% 각각 증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영화정보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디즈니의 2016년 미국 흥행 수입은 128일 만에 1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는 유니버설픽처스가 지난해 세운 165일보다 크게 앞선 기록이다. 이달 7일 개봉한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도 호조를 보이면서 할리우드 영화업계 빅6의 흥행 수입 순위에서 오랜만에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디즈니의 전성기를 견인하는 건 2005년 디즈니의 사령탑에 오른 아이거 CEO. 그는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엔터테인먼트, 2012년 루카스필름을 인수하며 디즈니의 기반을 다졌다. 디즈니의 자본력과 기술력, 각각의 스튜디오가 갖고 있는 인기 작품 및 캐릭터를 조합해 히트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특히 독자적으로 탄생시킨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013)’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디즈니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시켰다.

여기에도 영화의 인기를 재빠르게 포착해 상품화로 연결시킨 마케팅의 귀재 아이거 CEO의 아이디어가 통했다. 그는 인기 작품 속 캐릭터를 상품화하거나 테마파크에 어트랙션으로 추가하는 등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정착시켰다. 그가 CEO에 취임한 이후 회사 주가는 3배 넘게 뛰는 등 아이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두텁다.

▲월트디즈니 1년간 주가 추이.
▲월트디즈니 1년간 주가 추이.

그러나 이처럼 디즈니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끈 아이거가 퇴임을 고집하면서 디즈니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아이거 CEO는 오는 2018년 6월 퇴임한다. 후임으로는 토머스 스택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유력했으나 지난 6일자로 그가 갑자기 회사를 떠나면서 아이거의 후임 구도는 불투명해졌다. 월가 출신인 스택스에 대해 콘텐츠 이해와 창의적인 자질이 요구되는 디즈니의 수장으로서 적임자가 아니라는 반발이 거센 탓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그럼에도 아이거는 자신의 퇴임에 대해선 단호하다. 그는 10일 콘퍼런스콜에서도 “퇴임까지 아직 2년 남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이미 한 번 연장한 자신의 임기를 또 연장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디즈니는 지난해 10월 스타워즈 시리즈 속편을 포함해 2019년까지 개봉할 모든 작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경쟁이 치열한 할리우드에서 4년 후 비전까지 밝힌 건 영화 사업에 대한 아이거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아이거가 떠난 이후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게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10일 뉴욕증시에서 1.2% 뛴 디즈니의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5.8%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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