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도 보험금 지급…대규모 분쟁 예고

입력 2016-05-13 09:44 수정 2016-05-1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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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기준 자살보험금 미지급 2000억 웃돌아한국소비자원“제도개선 및 감독강화 필요”

대법원의 자살보험금 지급 판결로 보험업계 대규모 분쟁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2014년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미지급 재해사망보험금 및 재해사망특약 보유건수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당시(2014년 4월말 기준) 생보업계의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2179억원(264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한화·교보생명은 859억원(1266건)을 차지했다. 이번 판결을 단순히 적용한다면 생보업계가 수천억원대의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자살보험금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번 교보생명의 자살보험금 지급 최종 판결이 내리기 전까지 법원의 판단도 엇갈렸다. 보험 약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교보생명 ‘무배당 교보베스트플랜CI’ 약관 제23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보험사고’ 조항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포함한다. 문제는 단서조항이었다. 여기에는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활계약의 경우에는 부활청약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장해등급분류표 중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됐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1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2500만원과 이에 대한 2012년 9월 1일부터 2014년 12월 18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쳤거나 고의로 자살한 경우더라도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짚었다. 교보생명이 생명보험 표준약관(2010년 1월 29일자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부주의하게 사용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재해특약의 보험사고 범위를 자살까지 확장 해석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2심은 “보험자가 개별 보험상품에 대한 약관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이 사건 면책제한조항을 이 사건 재해 특약에도 그대로 둔 점을 이유로 재해 특약의 보험사고의 범위를 재해가 아닌 자살에까지 확장하려고 해석하는 것은 보험계약자 등에게 당초 이 사건 재해 특약의 체결시 기대하지 않은 이익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3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 사안을 환송했다.

보험사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보험사의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제도개선 및 감독강화 필요성을 촉구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피해구제를 신청한 43건을 분석한 결과, ‘정신질환 자살’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주장하는 경우는 79.1%로 높게 나타난 반면, 보험사의 소비자 요구 수용률(합의율)은 18.2%로 매우 낮은 편이었다”며 “보험사들이 ‘정신질환 자살’ 등에 대하여 객관적인 근거 없이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여 분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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