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 지주회사 ‘깃발’ 꽂았다

입력 2007-07-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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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SK 분할 완료…지주회사 SK 체제 공식출범

SK에너지, SK텔 등 33개 자회사ㆍ손자회사 편입

SK C&C, SK케미칼 등은 지주사 ‘울타리’ 벗어나

최태원 회장, 지배기반 안정화 SK 지분확충 필요

SK그룹 오너인 최태원(47) 회장에게 2003년과 2004년은 ‘악몽’과도 같았던 해가 아닐까 싶다. 외국계 소버린자산운용이 최 회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두 차례의 정기주총에서 표대결까지 벌이며 경영권을 위협했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 1일 SK를 지주회사인 ‘SK’와 석유ㆍ화학ㆍ윤활유 등 사업부문의 ‘SK에너지’로 분할하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체제의 ‘깃발’을 꽂았다. SK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최 회장에게 과거의 아픈 전철을 밟지 않을 기회를 주고 있다.

◆총자산 60조원 재계 3위

SK그룹은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자산 기준으로 발표(2007년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한 재계 3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의 그룹이다.

6월1일 공정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으로 계열사만 59개사에 달한다. 계열사수만 놓고 보면 재계 1위의 삼성그룹(58개), 현대차그룹(37개) 보다도 많다.

SK그룹의 주력사업은 단연 에너지ㆍ화학 부문이 꼽힌다. 국내 최대 정유업체인 SK에너지를 비롯, SK케미칼, SKC, SK가스, 대한도시가스, 부산도시가스, SKE&S, 대한송유관공사, SK인천정유, 청주도시가스, 포항도시가스, 구미도시가스, 전남도시가스, SK엔제이씨, 대한도시가스엔지니어링, SK사이텍, 케이파워, 충남도시가스, SK유티스, SKCTA, 인투젠, SK유화, SK모바일에너지, 에콜그린 등 해당 사업분야의 계열사만 26개사에 이를 정도다.

또다른 핵심분야인 정보통신에는 SK텔레콤을 비롯, 서울음반, IHQ, 엠파스, SKC&C, SK텔레시스, SK커뮤니케이션즈, SK텔링크, 오케이캐쉬백서비스, 인포섹, 이노에이스, 에어크로스, 엔카네트워크, 팍스넷, 티유미디어, 인디펜던스, SKC미디어, YTN미디어, 아이필름코퍼레이션, 엔트리브소프트, SK아이미디어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외에 ▲건설ㆍ물류ㆍ서비스 분야의 SK네트웍스, SK건설, SK해운, 워커힐, 스텔라해운, 엠알오코리아, 아페론 ▲금융 분야의 SK증권, 글로벌신용정보 ▲프로야구구단 SK와이번스 등이 있다.

SK그룹 계열사들의 총자산은 60조4000억원(2006년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기준),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규모는 각각 70조4790억원, 순이익은 4조2780억원에 이르고 있다.

◆향후 2년간 계열사간 ‘숨가쁜’ 지분 정리

SK가 지난 1일 지주회사인 ‘SK’와 사업부문 ‘SK에너지’로 정식 분할됐다. 이어 지난 6일 분할등기까지 마침으로써 지주회사 SK가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로 지정돼 SK그룹은 본격적인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하게 됐다.

SK그룹은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계열사간 지분 정리 등 앞으로 2년간 지주회사가 갖추어야 할 각종 요건들을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야 한다.

지배주주인 최 회장의 지배기반을 한층 공고히 하면서 선진적 지배구조로 탈바꿈하기 위한 ‘숨가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SK그룹의 지주회사 출범으로 최 회장을 정점으로 33개에 달하는 계열사가 수직 계열화 구도로 지주회사 SK에 편입됐다. SK C&C를 비롯, SK케미칼, SK건설 등은 지주회사의 '우산'에서 벗어나 있다.

SK는 SK에너지(이하 지주회사 소유 지분율 17.83%), SK텔레콤(21.75%), SK네트웍스(40.6%), SKC(44.2%), SK E&S(51.0%), SK해운(72.1%), 케이파워(65.0%) 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린다.

7 개 자회사 중 SK에너지는 SK인천정유(90.6%), 대한송유관공사(32.3%), 오케이캐쉬백서비스(96.6%), 엔카네트워크(50.0%), SKCTA(50.0%), SK모바일에너지(88.3%) 등 7개 손자회사를 둔다.

또 SK텔링크(90.7%), SK와이번스(100.0%), SK컴즈(85.9%), 이노에이스(14.2%), 에어크로스(57.1%), 팍스넷(59.7%), 티유미디어(32.7%), 서울음반(60.0%), IHQ(34.0%) 등은 SK텔레콤의 손자회사들이다.

SK E&S는 SK가스(45.53%), 대한(40.0%), 부산(40.0%), 청주(100%), 구미(100%), 포항(100%), 충남(100%), 전남(100%), 강원(100%), 익산도시가스(100%) 등 10개사를 손자회사로 이끈다.

이외 ▲SK네트웍스-엠알오코리아(51.0%), 에콜그린(55.0%) ▲SKC-SK텔레시스(77.1%), SKC미디어(100.0%) 등이 각 자회사에 대한 손자회사들의 면면이다.

◆최태원 회장→SK C&C→SK 지배구도로 변모

지주회사인 SK에 대해 안정적인 지분만 확보하고 있으면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기반이 견고해지는 구도로 탈바꿈한 것이다.

하지만 최 회장 개인의 SK 지분은 0.96%에 불과하다. 부인 노소영씨와 사촌형 최신원 SKC회장 등 일가 지분을 합해도 1%가 안된다. 최 회장이 최대주주(44.5%)로 있는 SK C&C 11.16% 및 임원 지분, 자사주 17.34%까지를 합해도 29.51% 수준이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빼면 12.17%에 불과하다.

최 회장 자신이 직접 나서거나 SK의 최대주주인 SK C&C 등 계열사를 통해 SK에 대한 지분 확충이 필요하다.

이 같은 필요성 때문에 최 회장은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는 SK에너지 지분 0.97%를 매각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또 SK케미칼 지분 5.86%, SK건설 1.54% 등도 소유하고 있다. 이를 현금화해 SK 지분 확충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3단계 출자'만 허용된다. 지주회사가 해서는 안되는 일들도 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는 안되고, 지주회사→자회사, 자회사→손자회사 출자지분은 각각 20%(비상장 40%)를 밑돌아서는 안된다.

게다가 지주회사는 자회사 외의 국내 계열사, 자회사는 손자회사 외의 국내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손자회사도 마찬가지다. 또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와 자회사는 은행ㆍ보험ㆍ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각각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도 없다. 다만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준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공정위 승인하에 2년이 더 주어진다.

◆SK컴즈ㆍ엠파스 합병 추진 지분 정리 ‘신호탄’

따라서 SK에너지 지분이 17.34%에 그치고 있는 SK는 앞으로 2년안에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한다. SK 자회사인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SK C&C 지분 각각 30.0%, 15.0%를 앞으로 2년내에 처분해야 한다.

SK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SK증권 주식도 전량 처분된다. 현재 SK증권은 SK네트웍스가 22.43%, SKC가 12.26%를 갖고 있다.

SK 네트웍스가 보유한 SK텔레콤 1.34%도 팔아야 한다.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한 SK해운 각각 17.71%, 10.16%도 매각 대상이다. 워커힐호텔 지분도 관건이다. 워커힐호텔 지분은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40.69%의 지분을 증여받은 SK네트웍스가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 이에 따라 워커힐호텔 지분 7.50%를 보유한 SKC는 보유지분을 2년안에 팔아야한다.

지난달 25일 SK그룹이 정보기술(IT)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와 엠파스간 합병을 추진키로 한 것은 이처럼 앞으로 2년간 '숨가쁘게' 진행될 계열사들간 지분요건 해소를 위한 정지작업의 의미를 갖는다.

공정거래법은 최근 개정을 통해 현재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3단계 출자' 규정을 완화, 손자회사도 지분을 100% 보유할 경우 증손회사까지를 둘 수 있도록 했다.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출범으로 SK컴즈는 SK홀딩스-SK텔레콤으로 연결되는 손자회사가 됐다. SK텔레콤은 SK컴즈 지분 85.90%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 SK컴즈는 엠파스와 SK아이미디어 24.43%, 60.00%를 소유하고 있다. 완화된 '증손회사 규정'이 시행된다 해도 SK그룹이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SK컴즈가 두 계열사 지분을 팔지 않는 한 100%로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SK컴즈와 엠파스간 합병으로 두 문제 중 하나는 깔끔히 마무리된다. SK-SK텔레콤→SK컴즈→엠파스(24.33%) 구도에서 SK→SK텔레콤→합병법인(손자회사)의 구도로 바뀌는 것이다.

SK 아이미디어 문제도 간단히 매듭지을 수 있다. SK아이미디어 지분 중 SK컴즈 60% 외의 나머지는 SKC&C가 전량 보유하고 있다. SK컴즈와 엠파스 합병법인이 이를 인수해 버리면 증손회사 지분 100%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신원 SKC 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분가’ 관심

SK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으로 계열분리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SK그룹은 최종건 창업주가 48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후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이 이끌었다.

2세에 이르러서는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들인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이 현재 SK에너지화학, SK E&S, SK텔레콤 등 에너지ㆍ통신 부문을 책임지고, 고 최종건 회장의 아들인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 형제가 SKC, SK케미칼, SK건설 등 화학ㆍ건설 부문의 경영을 맡고 있다.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안에는 최창원 부회장이 최대주주(8.85%)인 SK케미칼이 편입돼 있지 않다. 최창원 부회장의 ‘분가(分家)’를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이 많다.

SK케미칼은 현재 SK건설(58.03%)를 비롯, SK유화(100.0%), SK사이텍(50.0%), SK엔제이씨(60.0%), SK유티스(60.0%), 인투젠(44.56%)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SKC를 이끌고 있는 최신원 회장은 보유지분이 2.66%로 극히 낮은 편이다. SK홀딩스 체제에 편입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재계 서열 3위의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선진 지배구조 및 투명성 확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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