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 요트 ‘엘핀’을 나포·억류한 북한을 맹비난했다. 러시아 정부, 의회, 언론 등은 북한의 소행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상식에서 벗어난 행위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상원은 북한의 이번 소행에 대해 ‘소말리아 해적의 야만적인 행위’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국방안보 위원회 소속 프란치 클린체비츠 의장은 “사전에 어떤 합당한 설명 하나 없이, 러시아 민간인 체육인들이 승선한 요트 ‘엘핀’을 나포한 것은 해적이나 할 수 있는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 안보리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상황에서 러시아는 나름 균형있는 의견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향한 북한의 이처럼 충격적인 소행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 외교부 블라디보스토크 대표부의 이고르 아가포노프 대표는 “과거에도 이같은 사례가 빈번했다”며 “러시아는 늘 상황이 종료돼서야 상황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북한당국과의 외교채널을 공식적으로 문제삼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 국영통신의 예브게니 흐롬첸코 부사장은 “이번에는 러시아 외교부가 신속하게 대처하며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등 초동 대응을 잘했다”며 언론계도 향후 러시아 정부차원의 대응을 요구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사항과 관련해 애매한 입장을 취해왔다. 이때문에 ‘러시아 변수’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
러시아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대북 금융봉쇄, 북한의 광물수입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대통령령을 준비 중에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돌발행위가 러시아의 대북 정책에 회의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전명수 러시아 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