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하는 일 없이 그저 바쁘게만 보내고 있나요?

입력 2016-05-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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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과장하건대 한 해의 반이 훌쩍 지나고 있다. 아니, ‘지나가 버렸다!’

6월 말이 아닌데도 한 해의 절반이 벌써 지나갔다고 치부해버리는 것이나, 돌아오지 않을 1월, 2월, 3월, 4월 그리고 5월의 경험치를 그저 ‘버렸다’고 표현하는 모양새가 지난 다섯 달이 내게는 영 만족스럽지 않았나 보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며 일분일초를 열과 성을 다해 탈탈 털어가며 열정을 쏟았던 때가 있었던 반면, 요즘처럼 흘러가는 시간에 그저 나를 던져놓고 ‘케세라세라’(que sera sera·될 대로 되라는 스페인어)를 읊조리고 있다는 건 분명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열정 안에서 바쁘게 살아갈 때라면 잠깐의 커피타임이 무척이나 향기롭겠지만, 말 그대로 ‘하는 일 없이 바쁘게만’ 살아가고 있노라면 누구를 만나든지 커피 한잔의 순간도 그리 편치만은 않다.

얼마 전 시골길에서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커피숍에 들른 적이 있다. 선한 인상의 남자 주인이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기 전까지 나는 그냥 시골의 한가로움을 느끼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낄 요량이었다. 커피가 나오고 한 모금 입을 떼자 곁에 다가와 조심스레 자기네 커피에 대해 조리 있게 설명하는 모습이 시한부라는 그의 상황과 오버랩되며 내겐 5월의 냉수마찰만큼이나 진한 깨우침을 느끼해 해주었다. 반복되는 일상과 훗날에 대한 걱정 속에서 가끔은 케세라세라도 괜찮겠지라며 나를 내버려뒀으면 하는 ‘귀차니즘’이 한없이 부끄러웠던 것 같다.

그의 커피 속에는 삶에 대한 자기와의 약속과 시한부에 순응하며 진실을 다하고자 하는 맑은 눈빛이 살아 있었다. 일분일초를 아까워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려는 선함이 살아 있었고, 말과 행동, 눈빛 어디에도 진부함이란 보이지 않았으며, 조용함 속에서도 열정의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그곳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조용한 열정에 더 그윽한 커피향을 느꼈으리라. 지난 시간에 이뤄놓은 것이 없다 생각하며 시간을 ‘버린다’고 표현하고 나를 합리화하던 자신이 사뭇 못나 보였던 순간이다.

내게 그 주인만큼의 열정이 살아 움직였던 때는 과연 언제였던가? 인생의 곡선이 항상 우상향(右上向)일 수만은 없을 테고, 성공에도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늘 긴장하고 열정의 끈을 헐겁게 하지 말아야 할 텐데 5월 하순에 7월의 한방을 기대하며 순간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지, 나의 모습은 누구의 질책 없이도 스스로 짬 내어 되돌아볼 일이다.

언제 삶을 다할지 모르는 무지한 인간인 내가 시한부의 마음으로 매일 매시간을 시한부의 마음으로 살 수야 없겠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으로라도 지난 5개월의 2016년을 다시금 리플레이해봐야 하겠다.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하더라도 내 기억을 재생시키고 잘잘못에 대해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주의 영역이 아니라 내 인식의 영역일 수 있지 않을까? 간혹, 사그라지는 열정의 때에 만나는 눈빛 맑은 사람과의 조우(遭遇)는 신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운을 내자! 2016년은 아직 반도 안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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