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집 고운 집] 사생활 지켜준 기술, 자연과 눈 맞춘 예술 ‘75°의 마술’

입력 2016-05-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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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말굽자석’ 주택

▲순천시 저전동에 위치한 ‘말굽자석 주택’ 모습. 거주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주변 풍경을 담기 위해 75도 기울어진 입면이 특징이다. 전면 창문 역시 벽체를 따라 길게 디자인했다. 사진제공 ‘꿈꾸는 목수’
▲순천시 저전동에 위치한 ‘말굽자석 주택’ 모습. 거주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주변 풍경을 담기 위해 75도 기울어진 입면이 특징이다. 전면 창문 역시 벽체를 따라 길게 디자인했다. 사진제공 ‘꿈꾸는 목수’

순천시 저전동에 가면 한적한 주택가 사이로 말굽자석 모양의 독특한 외관을 가진 2층짜리 주택이 보인다. 주택의 이름은 실제로 ‘말굽자석’이란 명칭을 사용한다. 언뜻 보면 외관 형태를 따라 지은 이름 같지만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건축주들의 건축 의도에 맞게,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끌어안는 자석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공간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말굽자석 주택을 의뢰한 건축주는 한 부부다. 아내는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외향적인 성격을 가졌다. 남편은 다소 보수적이고 조용하고 내성적인 남자다.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는 이 부부는 각자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공간을 원했다. 이에 주택 디자인은 단순히 미적인 부분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의 생활방식과 건축주의 개성을 표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말굽자석 주택이다. 건축면적 약 95㎡ 규모의 다락방을 포함한 전체 2층의 주택은 복도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아내를 위한 공간, 왼쪽은 남편을 위한 공간으로 나눠져 설계됐다.

◇75도 기울인 입면을 통해 美와 기능, 두 마리 토끼를 잡다 = 말굽자석 주택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기울어진 입면이다. 이는 거주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주변 풍경을 담기 위해 탄생한 재미있는 구조다.

당초 주택 대지는 도로에 접해 있고 도로보다 낮은 레벨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에 건축주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설계 시 전면의 벽을 75도 기울였다. 도로 측에서 주택을 바라보더라도 햇빛이 창문에 반사돼 유리가 거울처럼 보이는 광학현상을 이용했다.

주택 주변을 담이 둘러싸고 있는 만큼 입면을 기울이면서 집 내부에서도 담이 아닌 하늘과 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시선 역시 위로 유도했다. 전면 창문은 벽체에 따라 길게 디자인해 시선의 확장감을 주도록 설계했다. 주택 외관은 목조주택이지만 컨템포러리 디자인으로 현대적인 분위기를 내도록 했다. 베이스는 스타코로 마감했다. 스타코마감을 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먼지나 이끼들이 마감재들과 어우러져 빈티지한 느낌을 풍길 수 있다. 특히 주택은 입면이 기울어지다보니 햇빛을 받는 부분이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높은 채광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기울어진 벽 따라 인테리어도 각양각색 = 주택 내부는 복도를 중심으로 나눠진 공간과 기울어진 벽을 활용하기 위해 특색 있는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우선 1층에는 가족 공동의 생활공간인 거실, 주방, 다이닝 룸을 배치하고 2층에는 사적인 침실로 공간을 꾸몄다. 두 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개방형과 비개방형을 적절히 섞었다. 실내 디자인은 하얀색과 나무를 주로 사용해 자연스럽고 밝은 분위기를 강조했다.

기울어진 벽에서 생기는 모서리에는 맞춤형 붙박이장을 설치해 수납공간으로 이용했다. 거실은 아담한 크기로 꾸며졌지만 1층과 2층 전체 높이를 활용해 높고 개방적인 공간감이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거실 옆 복도에는 책꽂이와 작은 책상을 시공해 독서공간을 마련했다. 서점이나 북카페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꾸몄다. 이는 평소 책을 좋아하는 건축주들이 “별도의 서재라는 공간 대신 선반이나 작은 장 등을 통해 집안 곳곳에 책을 놓아둘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반영한 공간이다.

2층에 마련된 침실은 기울어진 벽을 활용하기 위해 침대를 벽에 붙여 배치했다. 벽 모서리를 활용하기 위해 벽에 스탠드 조명을 부착, 아늑한 공간을 연출했다. 욕실은 휴식과 회복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했다. 월풀 형식의 욕조를 배치하고 빛과 바람이 들도록 창을 냈다. 계단실 역시 창을 내 자연스러운 빛이 들어도록 했다. 양쪽 벽은 흰색과 나무로 꾸며졌다.

주택 내부 설계에서 가장 메인으로 손꼽히는 장소는 부엌과 다이닝룸이다.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주방과 다이닝룸은 거실과는 약간의 거리를 둔 채 반대편에 배치됐다. 다이닝 룸과 주방 사이에는 낮은 칸막이를 설치해 두 영역을 구분했다. 벽에 붙여 설치한 조리대 앞에는 큰 창을 냈다. 무엇보다도 소통을 가장 중요시 한 건축주들의 의도에 맞춰 조리대가 다이닝룸을 바라보도록 배치해 요리 등을 하면서 가족과 대화할 수 있는 대면식 주방으로 설계했다.

◇시공 ‘2배’ 노력 끝에 얻은 ‘말굽자석’ 주택 = 다만 이처럼 독특하고 기능성이 높은 주택은 쉽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일반 주택과 다르게 입면이 기울어진 만큼 시공 상의 노력은 2배가 들었다.

먼저 벽면이 75도 기울게 되면서 일반주택보다 강도 높은 구조보강을 실시했다. 벽체를 시공할 때 크레인 등의 장비를 통해 벽체를 올린 상태에서 기울인 다음 고정하는 식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구조보강을 위해 공학용 목재 역시 사용됐다. 공학용 목재는 철골로 치면 H빔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전면창호 역시 시공상 상당히 고전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비가 올 경우 빗물이 창을 타고 창틀에 물이 차면 창밖으로 흘러내린다. 하지만 창호도 벽면을 따라 기울어지다보니 창 문턱 안으로 빗물이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시공사는 이 부분을 해결하고자 제작창호를 사용했다. 벽면이 기울이지다보니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애로 사항이 발생하기도 했다. 창문에 커튼을 달아도 틈새공간이 생기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위아래가 접착된 블라인드제품을 사용해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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